건강이상설 뒤 첫 외빈 접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평양을 방문 중인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해 악수하고 있다. 김위원장의 외국 인사 접견은 지난해 와병설 이후 처음이다. AP 연합
중 왕자루이 부장 만나 밝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한반도 비핵화’와 이를 위한 ‘6자회담의 진척’을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북한을 방문 중인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우리는 한반도 북쪽의 비핵화에 앞장설 것이며,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과의 평화적 공존을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북한은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6자회담을 진척시키기 위해 중국과의 협의와 협력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북한 매체에서는 보도되지 않았으며, 북한이 최근 관영매체 등을 통해 내보인 초강경 태도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6자 회담은 지난해 12월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수석대표회담에서 북한 핵 검증의정서 채택이 실패로 끝난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한반도에서는 남북간 긴장이 고조돼 왔다. 북한은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성명에서 “대남 전면적 대결 태세”와 “강력한 군사적 대응 조치”를 경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른 한편으론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확실하게 포기할 경우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거듭 밝혀 왔다.
김정일 위원장이 외국 사절을 만난 것은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평양 백화원 국빈관에서 이뤄진 이번 면담에서 왕 부장은 후진타오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후 주석은 친서에서 김 위원장에게 “편한 시간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초청했으며, 김 위원장도 초청을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도 김 위원장과 왕 부장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오찬도 함께 했다고 전했다. 북한과 중국은 수교 60돌을 맞는 올해를 ‘친선우호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왕 부장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던 2004년 4월과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2005년 2월 등 ‘중대 사안’이 있을 때마다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북한통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조일준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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