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 들어 ‘서해평화지대’ 사문화
92년 남북합의서 이전으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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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밝힌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 무효화를 넓게 해석하면, 72년 7·4 남북공동성명, 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 등 남북간 굵직한 합의가 대부분 해당한다. 그동안 주요 남북회담이 ‘서로의 사상과 제도 존중문제, 비방중상 중지문제, 무력충돌방지문제’ 등 정치·군사적 대결 해소를 다뤘기 때문이다.
또 2000년 이후 활발해진 남북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교류 등도 사람과 물자의 군사분계선 통과 문제가 걸려있어 이번 무효화 선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무효화 조처는 구체적 합의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조평통 성명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남북교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북한이 먼저 무효화나 폐기를 주장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제 북한이 무효화할 정치군사적 합의는 2004년 6월 제2차 남북장성급회담 합의서가 꼽힌다. 이 합의의 뼈대는 △서해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국제상선 공통망 활용 △서해상 제3국 어선 조업 단속·통제 과정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불법조업선박 동향 관련 정보 교환 △군사분계선 지역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 등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뒤인 지난해 5월부터 서해상 불법조업 중국 어선 정보교환을 중단했고, 남북 해군함정간 교신에 응하지 않고 있다.
‘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의 서해해상군사경계선 조항’ 폐기는 지난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이 밝힌 북방한계선(NLL) 부정과 북쪽이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고수’ 주장의 연장선이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1999년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내세우면서도, 2006년 5월 4차 장성급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해상군사분계선 책정을 제안했다. 남북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을 통해 이 문제를 우회한다는 큰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서해평화협력지대 논의는 사문화됐다. 북한은 북방한계선 문제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이전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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