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 평양 시민들이 평양역 근처를 걷고 있다. 미국 지도를 바탕으로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자, 어디에 있든 결판을 낼 것이다’라고 쓰여진 대형 간판이 눈길을 끈다. 평양/신화 연합
[북 장거리 로켓 발사]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로켓 발사가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등 즉각적인 조처를 다짐하면서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을 계속 추구해 나갈 뜻을 밝혔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길 수는 없지만, 미사일과 핵 문제를 분리 대응해 6자 회담 재개를 향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체코 프라하에서 발사 소식을 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각) 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로켓 발사를 “동북아 지역과 국제평화, 안보에 대한 위협이며 도발 행위”라고 비난하고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추구 정책을 포기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에 편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5일 프라하에서 연설하면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로도 사용될 수 있는 로켓을 시험 발사함으로써 다시 한번 규칙을 위반했다”며 “이런 도발은 오늘 유엔 안보리에서뿐 아니라 이런 무기들의 확산을 막겠다는 결의 면에서도 행동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적절한 조처”가 6자 회담 재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좀더 장기적인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의 지속적인 표류나 중단은 막겠다는 두 가지 대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단기적 문제”(미사일)와 “장기적 이익”(핵)을 구분하면서 “북한이 두 문제를 연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대북 압박이 가장 생산적인 접근은 아니며, 압박과 유인책이 함께 결합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북-미 양자 대화와 자신의 평양 방문, 북미간 미사일 협상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미사일의 먼지가 가라앉은 뒤에, 6자 회담의 장기 목표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발사 이후 북미 양자 대화나 6자 회담이 당분간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는 “냉각 기간이 6개월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6자 회담 조기 재개의 희망을 밝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일 “매우 유감” 독자적 제재 강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 일본 정부는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를 강력히 비난하고, 미국 등과 연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기존 대북 결의 1718호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상정하기로 하는 등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발빠르게 제재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가 발사 2분 뒤쯤인 오전 11시32분께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정부 위기관리센터가 운영하는 긴급 정보전달 체계인 ‘엠넷(Em-Net)’을 통해 전해진 “북한에서 비상체가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 발표를 보도하는 등 언론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은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발사한 비행체가 인공위성을 탑재했더라도 탄도미사일에 관한 모든 활동 중지를 요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등에 위반이기 때문에 발사 중지를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북한이 발사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주중 일본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처를 강화해 수출금지 품목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고, 제재 기간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로켓 발사에 앞서 국제해사기구(IMO)에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사전에 신고한 데다 한미 두 나라가 인공위성 발사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넓은 동조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중 “국제사회 제재 곤란” 러 “관련국 자제” 중국은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뒤 낸 논평에서 관련국들의 냉정과 자제를 거듭 강조했다. 기자의 질문에 외교부 대변인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내놓은 이 논평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쪽으로 발전해선 안 된다는 기본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논평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한 대목이다. 이번 사태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거나 북핵 6자 회담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태도는 관영매체들이 일찌감치 북한의 위성 발사를 평화적 우주개발에 대한 주권국의 권리로 인정한 데서도 예상된 부분이다. 류장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것은 정상적인 행위”라며 “국제사회가 이를 제재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이 유엔 차원의 제재를 추진하더라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718호 결의안은 북한의 핵실험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북한과 중국이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제정한 ‘우호의 해’다. 중국에선 이번 사태로 한·미·일 삼각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도 이날 관련국들에 자제를 촉구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관련국이 상황 평가 및 행동에서 자제하기를 요청하고 객관적 사실에 따라 진행하기를 바란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배한 게 아니라면,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일 “매우 유감” 독자적 제재 강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 일본 정부는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를 강력히 비난하고, 미국 등과 연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기존 대북 결의 1718호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상정하기로 하는 등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발빠르게 제재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가 발사 2분 뒤쯤인 오전 11시32분께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정부 위기관리센터가 운영하는 긴급 정보전달 체계인 ‘엠넷(Em-Net)’을 통해 전해진 “북한에서 비상체가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 발표를 보도하는 등 언론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은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발사한 비행체가 인공위성을 탑재했더라도 탄도미사일에 관한 모든 활동 중지를 요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등에 위반이기 때문에 발사 중지를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북한이 발사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주중 일본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처를 강화해 수출금지 품목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고, 제재 기간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로켓 발사에 앞서 국제해사기구(IMO)에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사전에 신고한 데다 한미 두 나라가 인공위성 발사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넓은 동조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중 “국제사회 제재 곤란” 러 “관련국 자제” 중국은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뒤 낸 논평에서 관련국들의 냉정과 자제를 거듭 강조했다. 기자의 질문에 외교부 대변인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내놓은 이 논평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쪽으로 발전해선 안 된다는 기본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논평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한 대목이다. 이번 사태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거나 북핵 6자 회담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태도는 관영매체들이 일찌감치 북한의 위성 발사를 평화적 우주개발에 대한 주권국의 권리로 인정한 데서도 예상된 부분이다. 류장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것은 정상적인 행위”라며 “국제사회가 이를 제재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이 유엔 차원의 제재를 추진하더라도 중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718호 결의안은 북한의 핵실험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북한과 중국이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제정한 ‘우호의 해’다. 중국에선 이번 사태로 한·미·일 삼각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도 이날 관련국들에 자제를 촉구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관련국이 상황 평가 및 행동에서 자제하기를 요청하고 객관적 사실에 따라 진행하기를 바란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배한 게 아니라면,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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