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협수위 높이는데, 미 ‘6자회담 복귀’만 고집
북한이 29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위협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지만,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6자회담 복귀만을 거듭 촉구하는 소극적 ‘관리’ 수준을 맴돌고 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 직무대행은 29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핵실험 위협 등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며 “북한은 (6자회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나라가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문제 해결에 더 많은 역할을 맡도록 ‘아웃소싱’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북한을 한 차례 언급한 것 말고는 북핵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4일 6자회담 참가 거부 선언, 25일 사용후 연료봉 재처리 시작 발표에 이어 29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계획을 밝히며, 위협과 함께 미국을 향해 대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양자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속도를 내기보다는, 동맹 중시 원칙에 따라 6자회담만 고집스럽게 앞세우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대응은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마무리되지 않고, 산적한 외교현안 가운데 북핵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말려서는 안 된다는 미국 내 여론도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오바마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9일 ‘더 이상 뇌물은 안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의 도발에 긴급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의 “단호한 직접 외교”를 표방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실종되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다음주부터 한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북-미 직접 접촉보다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설득 외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한 외교 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가 다음주부터 북한을 제외한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 순방에 나설 계획”이라며 “다음주 후반쯤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용인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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