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반도 전문가 인터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의 북-미 관계에 대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대체로 진보 성향 전문가들은 ‘관계 개선’에, 보수 성향 전문가들은 ‘큰 변화는 없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한겨레>는 진보 학자인 셀리그 해리슨 미국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과 중도보수 성향의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소장의 의견을 각각 들어보았다.
“미, 6자회담 전 양자회담 가능성”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여기자 문제와 북핵 문제의 분리 대응을 표명해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식발표와 상관없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북-미 외교 문제까지 논의했으리란 건 명확하다. 클린턴-김정일 면담 자리에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참석했다는 것도 주의깊게 봐야한다.”
-북한은 6자회담 아닌, 미국과의 직접 양자대화를 원한다. 반대로 미국은 6자회담 밖 양자회담은 없다고 한다. 누가 양보하나?
“미국은 6자회담 재개로 나아가는 한 단계로 (북한과) 양자대화를 먼저 하는 쪽으로 준비할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는 건가?
“그렇게 빠르진 않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도 ‘제재’에서 ‘대화’로 바뀌나?
“공개적, 공식적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강조점은 분명 ‘대화’ 기조로 옮겨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클린턴 방북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클린턴 방북 효과를 평가하는 건 아직은 너무 빠르다. 그러나 클린턴 방북이 이뤄졌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악화된) 북-미 관계 진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북핵과 별개, 제재국면 변화없어”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
-클린턴 방북으로 미국과 북한이 얻은 이득은 뭔가?
“북한이 얻은 가장 큰 이득은 ‘클린턴의 방북’ 그 자체다. 미국은 여기자들이 북한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북한도 여기자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향후 북-미 관계는 어떻게 전개되리라 보나?
“이번 일은 북핵과는 별개라는 게 미 정부 입장이다. 따라서 대북제재 국면은 변화가 없다. 다만 클린턴 방북은 북한에겐 기회다. 북한이 양보하고 싶다면, 현 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양자회담과 6자회담 중 어느 쪽이 먼저가 되나?
“6자회담 전 양자회담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은 2005년 북한이 약속한 걸 지키길 원한다. 공은 북한에 가 있다.”
-북-미 관계 개선 여지는?
“좋아질 가능성은 있다. 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니까.”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방문 당시에는 북-미 관계가 급격히 좋아졌는데.
“이번 방북을 카터 때와 비교하는 건 잘못이다. 1994년에는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았고, 미국도 북핵 처리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6자회담, 북한 핵실험, 안보리 제재 등이 진행됐다. 너무나 다른 환경이다. 클린턴 방북으로 북-미 관계가 카터 때처럼 갑자기 확 변한다고 보긴 어렵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미, 6자회담 전 양자회담 가능성”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북핵과 별개, 제재국면 변화없어”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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