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겸임)
김정일-클린턴 면담, DJ조문 등
북-미, 북-남관계 빠짐없이 등장
북-미, 북-남관계 빠짐없이 등장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러 왔던 북한 쪽 ‘특사 조의방문단’ 일행 가운데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겸임·사진)이 이달 들어 북쪽의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회복 시도 국면의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김양건 부장은 지난 4일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에 배석했다. 남북관계를 총괄하고 있는 김 부장이 북-미 관계를 논의하는 자리에 나타난 배경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나 전문가들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만 해도 김 부장이 90년대 노동당 국제부장, 북-일 우호촉진친선협회장, 조선외교협회 부회장 등을 지내 국제 정세에 해박하기 때문에 배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김 부장은 이어 지난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묘향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날 때도 배석했다. 이 면담 뒤 김 부장은 아태위원장 자격으로 현정은 회장과 공동 명의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 5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난 23일 북쪽 조문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청와대를 예방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김 부장이 배석했다. 그는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자리에도 북쪽 인사로는 유일하게 배석한 인물이다.
김 부장이 이처럼 부각되는 것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제2의 용순 비서’란 말이 나온다. 김용순 노동당 비서 겸 통전부장(2003년 10월 사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용순 비서’라고 격의없이 호칭할 정도로 두터운 믿음을 얻어,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렸다.
김 부장의 행보를 북쪽의 전략 구도와 연결짓는 해석도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북쪽이 ‘남-북-미 선순환 구도’로 국면을 풀어가려 하고 있다”며 “연결 지점에 김양건 부장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김양건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면담에 배석한 사실 자체가 북쪽이 북-미관계 진전에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철 이용인 기자 nura@hani.co.kr
권혁철 이용인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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