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조문단 다녀간 이후
복원됐던 직통전화 24일부터 다시 불통
현안 풀 구체적 방법론 두고 설왕설래
“적십자회담서 어떻게 나올지 두고봐야”
복원됐던 직통전화 24일부터 다시 불통
현안 풀 구체적 방법론 두고 설왕설래
“적십자회담서 어떻게 나올지 두고봐야”
북한의 ‘특사 조의방문단’이 이명박 대통령 면담으로 당국간 남북관계 협의의 물꼬를 트고 돌아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며 남긴 ‘선물’인 셈인데, 정부가 어떻게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큰 줄기로 이어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일단 면담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청와대 당국자는 24일 이 대통령의 조문단 면담에 대해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첫 만남을 통해 서로 상대방의 의도를 열어놓고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이를 각자 생각해볼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남북관계 현안을 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곤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기류가 우세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으로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북한의 최근 태도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 사이에 협의가 진행돼야 하는 현안으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와 합의한 5개항이 가장 먼저 꼽힌다. △금강산관광 재개 △육로통행 제한 해제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관광 추진 △추석 이산가족 상봉 등이다.
정부는 특히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쪽 태도 평가의 시금석으로 상정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26일 회담을 열자고 북쪽 조선적십자사에 제안한 바 있다. 청와대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우리의 회담 제안에 대한 북의 반응부터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당국자도 “이산가족에 대한 저쪽의 답이 오는 시점에서 나머지 현안들에 대한 것도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쪽이 제시한 회담날짜가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훈련 기간인 점을 들어 북쪽이 회담 날짜를 훈련 이후로 수정 제안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쪽은 24일까지 회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정부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 백두산관광 추진 등에 대해선 적십자회담을 지켜본 뒤 남북 당국간 협의를 통해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해 정부는 당국 협의를 통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신변보장 대책이 분명하게 마련돼야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관광객의 신변안전 수준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기본방침을 갖고 있다”며 “이후 당국 사이 출입·체류합의서 구체화나 출입·체류공동위원회 가동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북쪽은 “이미 김정일 위원장이 현 회장을 만나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만큼, 별도의 합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쪽이다. 의외로 남북간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는 개성관광 또한 관광객 신변보장을 위한 한층 진전된 북쪽의 약속이 나와야 재개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개성관광은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에도 계속되다가 북쪽이 지난해 육로통행을 제한하는 ‘12·1조처’를 발표하면서 중단시킨 것인 만큼, 꼭 금강산관광과 연계하진 않겠다는 쪽이다. 백두산관광은 아직 현대 쪽이 사업승인을 위한 계획을 통일부에 내지도 않은 준비상태다. 특히 삼지연공항 개보수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선결돼야 하는 문제라서, 실제 본격 추진까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육로통행을 제한했던 ‘12·1조처’ 해제는 20일 북쪽의 전격적 발표로 실행단계에 들어갔다. 통일부 당국자는 “20일 늘어난 출·입경 횟수에 맞춰 출·입경을 신청해줄 것을 기업들에 통보했고, 개성공단 안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 재가동을 위해 필요한 인력 파견도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에 요청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남북 실무협의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북쪽 조선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이에 이뤄지고 있다.
북쪽이 각각 5억달러와 300달러로 인상할 것을 요구해온 개성공단 토지사용료와 임금 협상에도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나 ‘개성공단을 세계적인 일류 공업단지로 발전시키자’고 언급했는데, 북쪽도 이를 위해 노력하는 차원에서 인상 요구를 철회할지, 남쪽에 모든 노력을 떠넘길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쪽 조문단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일시 복원됐던 남북 판문점 직통전화 채널은 24일 다시 불통상태로 돌아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손원제 황준범 기자 wonje@hani.co.kr
북쪽 조문단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일시 복원됐던 남북 판문점 직통전화 채널은 24일 다시 불통상태로 돌아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손원제 황준범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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