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한국정부 반응
정부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북한과의 양자 대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한반도 정세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대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날 때까지 기존의 대북 기조를 유지하며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당국자는 13일 북-미 대화 구도에 대해 “현재 얘기되는 북-미 대화는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상대방의 의중을 확인해 보는 것이지, 둘이서 본격적으로 북핵 문제를 협상하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북한도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그 목적이 핵을 폐기하려는 것인지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와해시키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북한에 근본적 태도 변화는 아직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북-미 대화 구도 진입과 그에 따른 정세 변화 가능성이 예상되긴 하지만, 아직 북한의 명확한 의도나 정세 변화의 폭과 깊이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런 만큼 당분간 북-미 대화의 전개 과정을 지켜본 뒤, 그에 맞춰 대북 기조를 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미 대화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미리 북-미 관계의 진전을 예단해서 거기 맞춰 미리 인센티브를 내걸고 남북관계를 끌고 가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핵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가 확인되면, 그에 맞춰서 남북관계에서도 진전을 이뤄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의 배경엔 현재 북-미 대화와 관련한 한-미 사이 협의가 긴밀하고 깊이 있게 이뤄지고 있어 북-미 대화에서 남한만 배제되는 ‘통미봉남’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 당국자는 “우리로선 핵문제를 풀기 위해 북-미 대화를 하라고 해 왔고, 이번 대화 타진도 환영할 일”이라며 “한-미 사이 핵문제 협의도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 사이 대화가 예상보다 급진전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남쪽도 남북관계 복원을 지금보다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미 관계가 제재에서 대화로 판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서 계속 ‘뒤따라가기’식 외교로는 자칫 대화 구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미 관계에만 안주하지 말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과의 협의 통로를 마련해야 바뀐 국면에서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황준범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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