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조사국, 양자대화 시나리오 제시
북-미 양자 대화를 앞두고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북-미 대화의 전개과정에서 미국이 부딪칠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지난 9일 발간된 미 의회조사국의 ‘북한 핵개발과 외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우선 북-미 대화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대북 제재 해제’의 구체적 조건을 밝히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핵화, 불능화’ 등 포괄적 의미가 아닌, ‘제재 해제의 세부 조건과 순서’ 등을 요구받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제재 해제 요구가 더해지면, 오바마 행정부에 큰 짐이 될 것으로 의회조사국은 내다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래리 닉시 박사는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나와, 미국이 제시할만한 제재 해제 조건으로 핵 신고서 검증원칙 합의, 우라늄 농축시설 위치 등 정보공개, 더 이상 핵실험을 않겠다는 약속 등을 들었다.
또 북한이 미국 쪽에 핵 폐기 전 북-미 관계 정상화 및 비핵화 범위에 한반도 전체를 포함해 한국군과 주한미군 기지 내 핵사찰 등을 요구하는 일종의 ‘역공’을 펼 경우, 미국이 협상 지속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닉시 박사는 또 “북한은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실질적인 양보이므로 최종 목적이 이뤄질 때에야 해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따라서 닉시 박사는 미국이 실질적 양보를 피하고, 미국의 손실이 없으면서 북한엔 큰 도움이 되는 형태의 ‘상징적 양보’ 제시 등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등이 좋은 예다.
보고서는 북-미 협상이 결렬되면, 오바마 행정부가 유엔 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그 경우, 오바마 행정부는 추가적인 플루토늄 생산 억지를 위해 영변 핵시설 해체 등 제한적 목표에 협상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끌어내기 위한 양자회담이 역설적으로 6자회담을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내다봤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 협상 합의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합의이행을 약속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미 정부가 공식적으론 ‘6자회담 틀 안의 북-미 협상’을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론 북-미 양자 대화가 북핵 협상의 주가 되고, 6자회담은 북-미 회담을 추인하는 기구로 바뀔 수 있다는 냉정한 관측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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