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맨오른쪽)이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대사(오른쪽 둘째부터), 존 헌츠먼 주중국 미국대사, 존 루스 주일본 미국대사와 만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중·일 3국 주재 미국대사들은 매년 한 차례 정도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데, 올해엔 서울에서 만났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북 ‘조건부 6자 복귀’ 표명]
켈리, 검증 가능한 비핵화 촉구…제재 지속 강조
전문가 “북, 근본변화 없어…6자 언급은 긍정적”
켈리, 검증 가능한 비핵화 촉구…제재 지속 강조
전문가 “북, 근본변화 없어…6자 언급은 긍정적”
미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참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각)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어 “6자회담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에 대해 (한·미·일·중·러) 5자간에 의견이 일치돼 있다”고 말했다. 켈리 대변인은 북한에 대해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6자회담 틀 안에서 양자대화’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말을 되풀이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6자회담 참가’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선 북-미 대화, 후 6자회담’이라는 조건을 들고 나온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켈리 대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1718호 및 1874호의 완전한 이행을 다할 것이라는 점에 5자간에 의견이 일치한다”고 말해 제재를 쉽게 풀지 않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이 이처럼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북한이 북핵 협상에서 의미있는 발걸음을 떼긴 했으나, 여전히 북한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과거와 달리 이번 북-미 협상에서는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진 않다.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발표 내용을 보면,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며 “북-미 대화가 진행되더라도 6자회담으로의 ‘스텝 바이 스텝’을 바라는 미국과 북-미 대화 결과를 조건으로 내건 북한과는 간극이 커 힘든 협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협상에서 북한은 즉각적인 북-미 관계 정상화를, 미국은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요구할 것이다. 양쪽 다 (아직까진) 서로의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그는 “어쨌든 북한이 ‘6자회담 참가’를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피터 벡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에프페>(AFP)를 통해 “북한은 (북-미 대화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느낀다면, 언제나 되돌아갈 가능성을 남겨뒀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있다고 믿긴 어렵다”고 다소 비관적으로 말했다.
지난 4일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시비에스>(CBS), <시엔엔>(CNN) 방송 등에 나와 “북한과 이란이 최근 일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결론내기 전에 장시간의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미 대화가 열릴 경우, 빠른 시간 안에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 결론을 내리겠다는 걸 강조한 말이지만, 북-미 협상이 수없이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이 그만큼 잘 알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