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6자복귀 없인 양자대화 없다” 단호
북 ‘조건부’ 내세우며 유엔결의도 거부
북 ‘조건부’ 내세우며 유엔결의도 거부
북-미 양자 회담을 놓고 먼저 기선을 제압하려는 미국과 북한의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미국 국무부는 6일(현지시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밝힌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자세한 회담 내용을 파악하기 전에는 공식 논평을 삼가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힌 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 목표로 나아가는 궤도라는 게 명확하다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중국·러시아는 물론, 일본도 ‘환영’ 입장을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김 위원장 발언을 계기로 북-미 양자 대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에 “북-미 대화가 조만간 열릴 계획이 없다”며 일축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자 대화가 북한의 6자회담 참석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면, 미국은 양자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에 ‘조건부 양자 대화’로 대응하는 셈이다.
미국의 이런 쌀쌀맞은 반응은 북-미 대화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있다. 또 북-미 대화를 놓고 미 행정부 안에서도 이견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해 ‘북-미 대화는 별도 핵협상이 아닌, 6자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공식 입장을 강조하는 다목적용이기도 하다.
미 전문가들의 반응도 회의적 시각이 짙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재천명이 없다면, 회담 형식이 양자든 다자든, 미국이 원하는 바를 못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목적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바꾸려는 것이지, 핵무기 제거 협상에 임하려는 게 아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북한도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주재로 지난달 24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핵없는 세상’ 결의 1887호를 전면 배격한다는 공식 입장을 안보리에 전달했다. 북한도 미국의 무조건적인 비핵화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진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한 것이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신선호 대사는 1일치 서한을 통해 핵무기를 많이 가진 나라들이 핵무기를 철폐하지 않는 한 북한도 핵무기 를 포기할 수 없고 미국의 대북 정책과 연계해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서한은 지난달 3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발표 내용과 같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당시 발표에서 “우리를 핵무기 보유로 떠민 근원들이 존재하는 한 핵무기 포기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며 “(북한이) 비핵국가로 다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들어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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