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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미관계 손상된 상황…대북 빅딜 없을 것”

등록 2009-11-22 20:43수정 2009-11-22 22:23

조엘 위트 미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재단 선임 연구원
조엘 위트 미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재단 선임 연구원
인터뷰/미 대표적 북한 전문가 조엘 위트
조엘 위트 미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재단 선임 연구원(사진)은 미국 안에서 손꼽히는 대북정책 전문가다. 북한과 미국 양쪽을 그만큼 이해하는 이도 드물다. 그는 확고하고 일관되게 대북 포용정책을 강조해 왔다. 19일 오후 한겨레-부산 심포지엄에 참가한 그를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에서 만났다. 미국의 대북 정책 결정과정이 느려터지고 실망스럽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보여온 ‘천천히와 신중함’은 2002년 2차 북핵 위기로 북-미 관계가 크게 손상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대화를 위한 토대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서 적절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방북 “대화재개 첫단추” 평가
오바마 신중 접근 적절…‘속도 조절’ 필요

-지난 9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준비에서 12월8일 방북까지 3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준비로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미국 방문이라는 협의의 과정이 필요했다고 본다. 오바마 행정부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10월 초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방북, 리근 국장의 방미를 거친 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통해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시점을 발표한 것은 적절하고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북-미 양자회담의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나오겠다고 했는데 미국이 제한된 메시지 전달 정도의 대화만을 하겠다고 해도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것으로 보는가?

“어떤 상황이 될지 전망하는 건 쉽지 않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대화와 협상을 구분하는 데 그건 무의미하다. 그건 관리들의 표현일 뿐 큰 차이가 없다. 북-미는 그동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고 첫 대화이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상대의 입장을 서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첫 대화가 협상이 되기는 어렵다. 협상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보즈워스 대표의 북한 방문이 단순히 6자회담의 복귀를 위한 수순을 넘어 과거 1999년 5월 페리 전 대북정책 조정관의 방북처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 수는 없는가?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때와는 다른 상황에 있다. 두 번의 핵실험이 있었고 북-미 관계는 매우 악화됐다. 페리 조정관은 국방장관을 지낸 인물로 보즈워스 특별대표보다는 지위가 높다. 보즈워스의 방북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중단된 대화를 재건하는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요구하는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합의에 대한 이행으로서 검증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해 북한은 3단계의 핵 폐기로 받아들일텐데 그에 상응한 미국의 조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3단계 핵폐기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고 미국이 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월스트리트에서와 같은 주고받는 거래 행위(Transaction)라기 보다는 전환적 과정(Transformation)으로 봐야 한다. 핵심은 관계의 변화가 수반되는 정치적 문제라는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관계정상화는 그 자체가 인권 문제 등 북한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물론 이는 체제전환을 요구하는 내정간섭적인 개입과는 다르다. 점진적으로 상황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며, 변화의 과정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관여했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포괄적 로드맵의 전반부에 분명하고 관계정상화와 같은 강력한 조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계 정상화를 통한 핵해결이라는 접근 방식을 어떻게 보는가?

“나도 참여한 컬럼비아대-존스홉킨스 한미연구소가 지난 10월 내놓은 공동 보고서는 양자 협상에서 2000년의 북-미 공동코뮈니케와 같은 관계 정상화에 대한 합의가 북-미 간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런 정치적 합의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그러나 관계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의 과정으로서 연락사무소 등 외교관계의 출발점으로서 각 단계마다 적절한 조처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통한 북핵 해결이라는 접근방법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완전한 관계정상화는 비핵화 뒤에 가능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없다”며 대화나 협상 그 자체를 보상의 개념으로 보는 인식을 보임으로써 사실상 협상을 거부하는 자세를 보여온 것 아닌가.

“오바마 행정부가 신중하고 천천히 움직인 것은 분명하다. 2002년 10월 2차 핵위기 이래 지난 7년간 북-미 관계는 심각하게 손상됐다.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대응하는 일정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한-미 양국은 과거의 단계적 북핵 해결 접근방법과는 다른 해결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그랜드바겐’을 내놓았고 이는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일괄타결) 방안과 일치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뭔지가 분명치 않은데 당신의 견해는?

“나도 잘 모른다. 그럼에도 그랜드바겐이건 일괄타결이건 빅딜 방식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손상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렇다. 단계별 접근을 통해 새로운 진전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할 것이며, 빅딜은 궁극적인 단계에서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글/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kankan1@hani.co.kr 사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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