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명승지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현대아산을 비롯한 남쪽 민간업체의 금강산관광 지역 안 부동산·시설도 동결하는 조처 등을 발표하자, 현대아산은 긴급히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대아산은 민간 부문에 대한 북쪽의 이번 조처가 예상보다 강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쪽 담화의 “금강산 관광길이… 영영 끊기게 된 것은”이라는 표현이 금강산 사업을 더는 진행하지 않겠다는 북쪽의 사실상의 최종 의사 표현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현대 쪽은 북쪽이 27일 ‘동결을 위한 행동조치’를 하겠다며 입회를 요구하는 통지문을 이날 오후 보내온 것에는 오히려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보다 북쪽이 조만간 몰수 조처를 할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북쪽 담화 가운데 “금강산 관광의 문을 열어놓은 4월도 다 지나가고 있다”는 구절에 비춰볼 때, 이르면 5월 초쯤 몰수 및 관련 직원의 추방이 있을 것으로 현대아산 쪽은 예상했다.
그러나 북쪽이 몰수 등의 극단적 조처를 하더라도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 사업을 접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 쪽은 대책회의 뒤 “금강산관광은 남북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 증진에 기여해 온 만큼 결코 그 길이 중단돼서는 안 되며, 현대아산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어떻게든 관광사업을 재개시키려고 모든 노력을 다해왔지만 이젠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허탈해했다.
2008년 평양에 최초의 남북 합영회사인 ‘평양대마방직’을 세운 안동대마방직의 김정태 회장은 “20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민간 남북경협이 최근의 대치 일변도 국면에서 뿌리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인 이태희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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