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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생존장병들 ‘그때 그 침몰시각’ 희생자 찾아 묵념

등록 2010-04-26 20:24수정 2010-04-27 09:04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희생자 대표합동분향소를 찾은 생존 장병 52명이 천안함 침몰 사고 한달째인 26일 밤 9시22분 당시 사고 시각에 맞춰 희생 장병들을 위해 헌화와 묵념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천안함 인양 이후] 장례식 이틀째 분향소 표정
평택 찾은 친구·동료 “함께했던 기억 생생한데…”
서울광장 조문객들 “가슴 찢어져” 추모글 빼곡
노란 민들레밭 위로 비가 내렸다. 천안함 희생 장병 46명의 대표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옆 평택항에는 그들이 탔던 천안함과 같은 모습의 배들이 닻을 내리고 머물러 있었다. 넋을 잃은 표정의 희생자 가족들은 민들레 핀 운동장 위에서 하염없이 배를 쳐다봤다.

천안함 희생자 장례식 이틀째인 26일, 대표합동분향소에 머물고 있는 가족들은 첫날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추모객들을 맞았다. 특히 이날 밤에는 천안함 생존 장병 58명 가운데 52명이 대표합동분향소를 찾아 떠난 동료들을 추모했다. ‘산 자’들은 침몰 사고가 일어났던 같은 날(26일), 같은 시각(밤 9시22분)에 ‘죽은 자’를 찾아왔다.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생존 장병 52명은 희생 장병 46명의 영정 하나하나 앞에 멈춰 서 차례로 묵념했다. 분향을 마친 최 함장이 상주인 희생 가족들에게 큰절을 하는 순간, 가족들 사이에서는 다시 한 번 오열이 터져나왔다.

천안함 전사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 임시 추모게시판이 설치돼, 26일 서울광장을 찾은 추모객들이 메모지에 정성스레 추모글을 적어 붙여놓았다. 이승준 기자
천안함 전사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 임시 추모게시판이 설치돼, 26일 서울광장을 찾은 추모객들이 메모지에 정성스레 추모글을 적어 붙여놓았다. 이승준 기자

생존 장병들 외에도 이날은 주로 희생자들의 친구나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 나현민 상병(일병에서 1계급 추서)과 중·고등학교 동창인 홍아무개(20)씨는 “현민이가 얼굴이 까무잡잡한 편인데다 체력이 워낙 좋아 ‘흑인 체력’이라고 불렸다”며 “고2 때는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탈 정도로 수학을 좋아해 제대 뒤 수학교사가 되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 상병이 다닌 서울 성서중학교 동창 이아무개(20)씨는 “졸업 뒤에도 현민이와 주말마다 농구를 했다”며 “지난해 10월에 휴가 나왔을 때도 동네에서 만나 함께 농구를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아들의 단짝 친구였던 고 김선호 병장의 넋을 위로하러 온 조미자(48)씨는 “선호가 고등학교 때 자주 우리 집에 놀러와서 자고 갔기 때문에 잘 안다”며 “해군에 입대할 때도 우리 아들이 군대까지 배웅해줄 정도로 친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군복무 중인 아들이 선호의 소식을 듣고 많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남기훈 원사를 비롯해 모두 6명의 희생 장병 자녀들이 다니는 원정초등학교 백성욱 교감도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 백 교감은 “희생 장병 가족을 위로하고 아이들이 괜찮은지 보려고 왔는데 어린아이들이 ‘선생님 왔다’며 생글거려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쓸쓸한 봄비가 내린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객 김효순씨는 “연평해전 때 아들이 해군에서 근무해 늘 마음 졸이던 세월이 생각났다”며 “아들은 제대했지만 해군 출신의 어머니로서 아들·남편을 잃은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분향소 옆에 임시로 설치된 추모 게시판에는 파랑, 보라, 연두, 노란색 포스트잇에 추모글들이 빼곡히 나붙었다.


평택/송채경화, 이승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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