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성급한 판단 안돼” 남북 긴장 견제
방중 앞둔 할러리, 다이빙궈와 장시간 통화
방중 앞둔 할러리, 다이빙궈와 장시간 통화
천안함 침몰에 대한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미국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6자회담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침몰에 대해 “(원인)에 대한 성급한 판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렐 대변인은 ‘미국은 이번 사건에 북한이 연루됐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미국은) 사실(fact)에 근거한 결론을 도출하고, 그에 따라 무엇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판단하겠다”며 “성급하게 이를 하는 것(원인을 판단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렐 대변인은 또 사건 조사와 관련해 “(미) 해군 과학수사팀이 한국 (조사팀)을 돕고 있고,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모렐 대변인의 발언은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어야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언급을 반복한 것이지만, 한반도 긴장 상황을 원치 않는 미국의 속내가 읽혀진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발이 묶여 있는데, 한반도에서까지 충돌이 일어나면 더 이상 움직일 방법이 없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날 필립 크라울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정례브리핑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이 6자회담과 관련한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도 이와 연결지을 수 있다. 중국 방문을 앞둔 클린턴 장관은 이날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장시간 통화를 하면서 이란 제재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논의했다. 이는 천안함 침몰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6자회담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음을 미국이 스스로 알렸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책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의 시각도 이와 관련돼 있다.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KEI) 소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한미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천안함 침몰’ 관련 세미나에서 “북한 소행으로 규명될 경우, 군사대응을 포함한 대응방안은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미국은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에 미국이 발목잡히지 않겠다는 뜻이 간접적으로 읽혀진다. 미국의 태도가 이렇다면, 한국이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천안함 침몰을 북한 쪽 행위로 바라보는 서울발 기사들이 적지않지만, 결국 미 언론의 시각도 비슷하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인터넷판에서 “한국 사회 일각에서 군사 목표물 타격 등을 주장하지만 한국에서 먼저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29일치 사설에서 “북한 소행으로 결론나더라도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모두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묘안이 없다”며 “(북한 소행이라면) 이런 문제까지도 북한이 계산하고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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