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언론 “북-중 6자 예비회담 참가 사전합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 프로세스를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김 위원장 방북을 놓고 중국에 항의하는 등 ‘천안함 침몰 규명 전에 6자회담은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국제사회의 흐름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립 크라울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4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날 ‘김 위원장이 중국 정부와 6자회담 복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우리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미국이 6자회담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크라울리 차관보는 또 ‘천안함 사건 진상규명 이전에 6자회담이 먼저 열릴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한국 정부의 조사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 전에 끝날 것”이라는 말로 질문의 논지를 피해갔지만, 이는 ‘천안함 조사’와 ‘6자회담’을 투 트랙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중국의 구실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과) 중국 고위 당국자와의 회담이 있다면, 그들(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길은 6자회담이란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 천안함 조사, 후 6자회담 재개’라는 방침을 세운 한국 정부가 “미국도 한국과 생각이 같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북한도 이번 방중을 계기로 6자회담 복귀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중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 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예비회담에 참가할 뜻을 전하기로, 북-중 두 나라가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5일 보도했다.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대가로 대규모 식량지원과 투자로 응답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다만, 북한이 초계함(천안함) 침몰에 관여했을 경우, 한·미·일 3국은 예비회담을 당분간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라며 “한국은 6자협의 프로세스를 거부할 생각이고, 미국도 침몰 원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 북한이 예비회담 출석 조건으로 삼아온 북-미 협의를 삼갈 방침”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 도쿄/권태호 정남구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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