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장관(오른쪽 둘째)이 27일 동해에서 훈련 중인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 비행갑판 통제실에 탑승해 미국 대니얼 그리코 대위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조지워싱턴호/AP 연합
정부 “대북경고 성과” 전문가 “한반도 외세개입 높아져”
천안함 사건 대응 조처의 하나로 지난 25일 시작된 동해 한-미 연합훈련이 28일 종료됐다. “한-미동맹의 공고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 발신”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와 “미-중 패권경쟁의 소용돌이에 한반도를 밀어넣고, 군사적 긴장지수를 냉전시대로 되돌렸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훈련이 오후 5시께 종료됐다”며 “훈련에 참가한 미군 전력은 차례로 한반도 해상을 빠져나가 소속 기지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날 주요 과제는 수중과 수상, 공중 등에서 적의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을 가정해 연료와 보급품을 수송하는 해상 군수 기동훈련이었다. 전날에 이어 적 잠수함을 탐지해 타격하는 대잠수함 자유공방전 훈련과 공작선을 이용한 북한 특수전 부대의 해상 침투를 저지하는 육·해군 합동 침투저지훈련도 실시됐다. 양국 공군 전투기들의 연합 공격편대군 및 실무장 폭격 훈련도 각각 강원도 필승사격장과 경기도 승진사격장에서 펼쳐졌다.
이번 훈련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 결의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미-일동맹 수준으로 한-미동맹을 격상시켰고, 천안함 침몰에 대해 강력한 대북 경고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훈련이 북한과 한-미의 군사력을 비교할 때 과잉대응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26일 에 나와 “이번 연합훈련은 논밭에 들짐승이 왔다 갔다 한다고 탱크 갖다 놓은 격”이라고 비유했다.
이번 훈련이 동북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을 군사적 갈등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한반도에 ‘신냉전’ 기류를 초래했다는 비판적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 맞서 27일 서해 인근 내륙에서 최신 장사정 로켓포 실전 훈련을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김종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은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도 증가라는 현실과 상충하는 한-미동맹 일변도의 정치군사적 대립구도로 과연 대한민국의 중장기적 생존과 번영이 가능한지 중대한 물음을 던진 훈련”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위대원의 사상 첫 한-미 연합훈련 참관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세의 개입도가 크게 높아진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한-미는 앞으로도 8월 연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9월 서해 연합훈련 등 매달 연합 훈련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태우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확고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연합 훈련은 필요하지만,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북한의 비대칭 위협은 군사력만이 아닌 외교·정보·경제·군사력의 복합적 소프트 파워로 대응해야 한다”며 “실종된 대북정책부터 되살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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