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아들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공식화하는 발언이 북한 지도부에서 나왔다. 김정은은 지난달 말 노동당 대표자회를 맞아 권력 승계자로 떠올랐으나, 북한 지도부에서 이를 확인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평양에서 <에이피텔레비전뉴스>(APTN)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 인민들은 대를 이어 위대한 지도자들의 축복을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인민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동지를 모시는 영광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우리는 김정은 대장 동지를 모시는 영광을 입게 됐다”고 말해,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을 잇는 3대 지도자로 규정했다. 또 양 부위원장은 “김정일 동지와 김정은 동지가 영명한 지도력으로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이며, 우리 인민들은 노동당 창건 65돌 기념일의 중요성을 잘 안다”고 말했다.
고 김일성 주석의 종매부이자 북한 권력 핵심인물인 양 부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달 말 인민군 대장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는 이때 가시화됐지만, 북한 지도부가 이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양 부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노동당 창건 65돌을 이틀 앞두고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따라서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맞아 김정은의 입지와 관련해 모종의 추가 조처나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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