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전문가 “방북때 들어”…정부 “근거없어”
북 ‘고농축 우라늄’ 새 카드로 미국압박 분석
북 ‘고농축 우라늄’ 새 카드로 미국압박 분석
북한이 영변 핵단지에 실험용 경수로 1기를 건설하고 있다고 시그프리드 헤커 전 미국 로스앨러모스 핵 연구소장이 밝혔다.
헤커 박사는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을 방문해 경수로 건설 사실을 전해 들었고, 경수로의 발전용량은 25~30㎿(메가와트)”라며 “북한이 이제 막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완성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경수로 건설을 위한 ‘특이한 움직임’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정부 당국자는 14일 “일부 터파기 공사를 하는 모습은 관측되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경수로를 건설하려고 공사에 착수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드러난 게 없다”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미국과 한국 등이 신포에 건설중이던 1000㎿급 경수로 건설 공사가 2차 북핵위기로 2005년 중단된 이후 북한은 독자적인 경수로 건설 의지를 밝혀왔다.
북한은 지난 4월 <로동신문>을 통해 “100% 우리의 원료와 기술에 의거한 경수로가 힘차게 돌아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이 ‘경수로 건설’을 거듭 표명하는 것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압박전술로 분석된다. 우라늄은 3%로 저농축하면 경수로 등의 연료로 쓰이지만, 90% 이상 고농축하면 핵무기 원료로 사용된다. 북한은 그동안 다 태운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플루토늄 방식의 핵개발에 활용해온 영변 5㎿급 흑연감속 원자로의 수명이 다해감에 따라, 새로운 핵카드로 우라늄 농축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북한이 그동안 의혹이 제기돼온 우라늄 고농축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주장하려고 선제적으로 기술적 관련성이 있는 경수로용 우라늄 (저)농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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