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당일…김정일 현지지도에 외교라인 총출동 눈길
북한이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벌인 23일 전군에 ‘비상경계태세 2호’를 발령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5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북한군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23일 북한은 비상경계 태세를 갖추라는 총참모부 전신지시문을 전군에 하달했다”며 “모든 부대에 진지사수를, 출장 나갔던 군인들에게는 귀대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비상경계태세 2호는 ‘준전시상태’보다 낮은 단계의 경계태세로, 최고사령관 명령처럼 공개되지 않고 전신지시문으로 하달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리모델링을 마친 평양무용대학과 해방산 기슭에 건설된 주택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전했다.
특히 이번 시찰에는 지난 8일 조명록 전 국방위 제1부위원장의 조문 이후 공개활동이 뜸하던 강석주 부총리,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김영일 당 국제부장 등 외교라인이 총출동해, 연평도 포격 도발의 후속조치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쪽은 연평도 포격을 김정은 부위원장의 영도로 선전하고 있다고 대북 인터넷매체인 <데일리엔케이(NK)>가 25일 전했다. 이 매체는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공장의 초급당 비서가 24일 저녁 총화 시간에 ‘남조선(남한)이 우리 공화국을 넘보고 도발을 자행했지만 장군님(김정일)의 군대는 이를 용납하지 않고 몇 배로 보복했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적들의 대결책동이 몰아쳐도 청년대장(김정은)이 영도하는 혁명적 무장력이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는 승리뿐’이라고 교양했다”고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 부위원장과 함께 연평도 도발을 주도한 해안포 기지의 상급부대를 연평도 포격 직전인 21일 시찰해 포격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도 이날 일부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보기관 당국자는 “확인해 줄 수 없으나, 나름 근거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국방부로부터 그런 보고는 일체 없었다”며 “다만 김정일이 북한 해안포 기지에서 80㎞ 떨어진 황해남도 용연군에 갔고, 그럼 당연히 그곳을 관할하는 김격식 4군단장을 만났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김정일의 (포격) 지시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을 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쪽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 위원장이 용연군의 오리공장과 양어장 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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