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 당일밤 날려보내…북 개방촉구 내용 등 담아
북한군이 연평도에 해안포를 쏜 23일 밤 군 당국이 휴전선 근처에서 대북 심리전단(삐라) 40여만장을 북한 지역으로 날려 보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6일 “대북전단 40여만장을 강원도 철원과 경기 연천·김포 등 4곳에서 대형기구에 달아 북한 지역으로 날려 보냈다”며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 대북조처’의 일환으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북 라디오방송만 바로 재개하고 전단지 살포와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으면 하겠다”며 미뤄왔다.
북쪽은 ‘5·24 대북조처’ 발표 직후인 5월2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중대통지문’을 통해 “반공화국(반북) 심리전책동에 무자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줄곧 ‘물리적 대응’을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남쪽 군당국의 대북 심리전단 살포로 남북간 추가적인 군사적 충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 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 움직임 등을 살펴보며 추가 전단 살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밤 살포된 대북 심리전단지에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북한의 개혁개방 촉구, 자유민주주의 체제 우월성 선전 등 9가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대형기구에 담긴 전단이 휴전선을 경계하는 북한 병사들의 눈에 띄지 않게 밤에 전단을 살포했다고 한다. 군은 지난 6월 대북 전단지 11종류 123만장을 찍어 6개 작전기지(기동차량)에서 살포 준비를 마쳤다. 23일 밤엔 지난 6월 찍어둔 선전 전단을 날려 보냈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이나 김정은 후계 관련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당국자는 “대북전단지 살포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며 “현재 휴전선에 설치된 대북확성기 방송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휴전선 이북 10㎞까지 소리가 들리는 대북 방송용 확성기도 11개 지역에 설치돼 있다. 북쪽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6월 남쪽이 확성기 방송을 하면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을 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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