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31명 탑승 어선 남하
가족 아닌 작업반 가능성
당시 해상에 짙은 안개
표류 확인되면 송환 될듯
당시 해상에 짙은 안개
표류 확인되면 송환 될듯
지난 5일 오전 11시께 북한 주민 31명이 탄 어선(5t 목선 동력선)이 서해 연평도 근처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넘어와 관계 당국이 탈북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7일 “황해도 남포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선에는 남자 11명, 여자 20명 등 성인 31명이 타고 있었다”며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보면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은 없다”고 밝혔다.
관계 당국은 통상 탈북이 가족 단위로 이뤄지는 점에 비춰, 어선에 탄 북한 주민 가운데 어린이가 한 명도 없고 모두 성인이라 의도적인 탈북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어선에 탑승한 북한 주민은 가족 단위가 아닌 작업반으로 비자발적으로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 5일 오전 11시께 북한 어선 1척이 연평도 북쪽에서 북방한계선으로 남하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연평도 근처에 있던 해군 고속정 편대(2척) 등이 출동해 북방한계선 남쪽 약 3㎞ 해상에서 북한 어선을 검문검색한 뒤 인천으로 데리고 왔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검문검색 요원을 태운 고속단정을 북한 어선에 접근시켜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북방한계선 남하 경위와 귀순 의사를 확인했다. 당시 어선에는 고기잡이 도구가 발견돼 조업하다 표류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이들 북한 주민들은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 경찰 등으로 이뤄진 합동심문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는 북한 해안으로부터 12㎞ 정도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이고 당시 해상은 짙은 안개가 끼어 가시거리가 91m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북한 어선이 짙은 안개로 항로를 잃었거나 조류에 떠밀려 표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연평도 주변은 조류의 흐름이 매우 빨라 북한 주민이나 어선이 조류에 떠내려온 경우가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어선이 항로를 잃거나 조류에 떠밀려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내려온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관례에 따라 판문점에서 북쪽으로 송환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사를 하는 데만 최소 이삼일은 걸린다”며 “단순 표류로 확인되면 절차에 따라 돌려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은 단순 표류가 아닌 의도적인 탈북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북한 주민 31명 가운데 일부라도 뒤늦게 귀순 의사를 밝혀 남쪽에 남을 경우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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