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 파트너’ 편입 가능성…정부해명 신뢰성 떨어져
“중국 때문 BMD 참여 공식화는 불가능” 분위기도
“중국 때문 BMD 참여 공식화는 불가능” 분위기도
한-미 ‘한국형 MD 체결’ 논란
한·미 두 나라 사이의 미사일방어(MD) 체계 논의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절대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BMD)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 쪽에 오랜 기간 끈질기게 탄도탄방어 참여를 강권해온 미국 정부의 태도를 고려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는 이 체계의 하부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과 미국이 맺은 약정과 탄도탄방어 참여가 별개라는 정부 주장의 근거는 우리나라가 추진중인 미사일방어 체계와 미국 주도의 방어 체계가 내용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탄도탄방어 체계의 주된 타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비행시간이 길고, 상승, 중간 비행, 하강 등 3단계 모두에서 요격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한국형 체계는 미사일 비행시간이 적어 하강 단계 요격만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형 체계는 요격 대상도 한국 영토를 겨냥한 미사일로 제한된다.
결국 한-미 간의 약정과 지난 13~14일 진행된 실무그룹 협의도 우리 쪽이 한국형 체계 구축 과정에서 운용 노하우와 연구 정보 등을 제공받기 위한 논의일 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두 나라 당국 간에 탄도미사일방어 협력 논의는 없었으며, 효과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가 양국 연구자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쪽 설명은 다르다. 미국 국방부 브래들리 로버츠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각) 청문회에서 “탄도탄방어 체계의 유용성에 대해 한국이 결정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라고 밝혀, 지난해 9월 약정과 탄도탄방어가 연관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과거와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미 본토 방어용보다는 동북아, 중동, 유럽 등에서 ‘지역 미사일방어’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협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는 반면, 지역 차원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탄도·크루즈미사일을 모두 포괄하는 미사일방어(MD)라는 용어 대신 탄도탄방어라는 특화된 개념을 쓰고 있기도 하다.
기술적인 종속 또한 탄도탄방어 참여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한 요소다. 북한 미사일 발사 시점과 지점이라는 핵심 정보는 적외선탐지 인공위성을 통해 미국 본토 분석실을 거쳐 우리 쪽에 통보된다. 한국형 체계가 제대로 가동하려면 미국의 탄도탄방어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무리 미국과 관계가 중요하다지만 탄도탄방어 참여를 공식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위기다. 수조원대인 비용도 문제지만 중국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탄도탄방어 참여 권유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필리핀-대만-일본을 잇는 C자형 벨트로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하는 미국 정부 정책에 동참하라는 것인데, 한국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상대로 적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이 탄도탄방어에 참여하는 것을 억지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순혁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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