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서면 백골부대(3사단) 들머리의 펼침막(사진 위)과 담벼락에 호전적이고 자극적인 구호들이 보이고 있다. 철원/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60년대 회귀’ 철원부대
천안함·연평도 사태 뒤 군부대 간판·담벼락에 ‘자극적 구호’ 펼침막…주민들 “섬뜩”
천안함·연평도 사태 뒤 군부대 간판·담벼락에 ‘자극적 구호’ 펼침막…주민들 “섬뜩”
이양수 철원군 의원은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가뜩이나 장병 가족들의 불안이 큰데, 면회를 왔다가 이런 구호들을 보고 걱정을 더욱 키워서 간다”며 “전임 사단장에게 이런 점들을 얘기했으나 ‘장병 정신교육에 필요하다’며 철회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방지역이 이런 살풍경으로 바뀐 계기는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연평도 사태다. 군 안에서 ‘북에 원통하게 당했다’는 정서가 확산되면서 독기가 올랐다는 것이다. 백골부대 말고도 상당수 부대가 영내 또는 위병소 근처에 호전적인 구호를 내걸었다. 철원 가는 길에 들른 경기도 포천의 한 부대 입구에도 ‘때려잡자 김부자’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논란이 됐던 ‘김일성 3부자 표적지 사건’도 맥락이 비슷하다. 서울에서 철원으로 출퇴근한다는 한 시민은 “짖는 개는 잘 물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와신상담을 하려면 상대방 모르게 조용히 실력을 길러야지, 북한이나 하는 이런 유치한 짓을 왜 따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백골부대장으로 있을 당시 이런 구호들을 내걸도록 한 신원식 소장(현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김정일 정권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투부대 사단장으로서 내 생각이었다”며 “회의를 시작할 때도, 식사를 하기 전에도 ‘부관참시 김일성, 능지처참 김정일·김정은’ 등의 구호를 외치게 했다. 다시 전투 사단장이 되더라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본부는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위한 조처이지만, 주민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준다면 없앨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철원/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황당’ 국토장관 “4대강, 수해방지 효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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