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뇌부 취임뒤 지휘서신 29건중
‘병영문화 혁신’ 한마디도 없었다
국방장관은 5건 모두 “전투형 군대 육성”
해병대 사령관은 7건 중 3건 “보안 강화”
‘병영문화 혁신’ 한마디도 없었다
국방장관은 5건 모두 “전투형 군대 육성”
해병대 사령관은 7건 중 3건 “보안 강화”
“지속적으로 병영문화 혁신과 사고예방을 위해 진력해왔다.”
국방부가 지난 11일 병영문화 혁신 추진 경과를 설명하며 배포한 자료의 한 문구다. 그렇다면 군 수뇌부는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회 국방위 신학용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3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이 내려보낸 지휘서신 전체를 입수해 내용을 분석해봤다. 지휘서신은 지휘관이 직접 예하부대 전 장병에게 자신의 지휘방침을 알리는 수단으로, 해당 지휘관의 지휘 철학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 현 군 수뇌부는 4명의 목숨이 희생된 지난 4일 ‘강화도 해병대 총기사건’ 이전에는 ‘병영문화 혁신’에 관한 지휘서신을 단 한 차례도 내려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5차례 지휘서신을 내려보냈지만 5건 모두 전투형 군대(강군) 육성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전임자인 이상희 장관과 김태영 장관도 각각 11건, 5건의 지휘서신을 내려보냈지만 병영문화 관련은 없었다.
해병대의 경우 지난해 6월 취임한 유낙준 사령관이 7차례에 걸쳐 지휘서신을 내려보냈는데, 군사보안 활동 강화가 절반에 가까운 3건을 차지했다. 이외에 정신무장 강화, 올바른 진급문화 정착, 안전사고 예방활동 강화, 조직 단결력 강화가 각각 한차례씩이었다. 전임자인 이홍희 사령관이 내려보낸 16건의 지휘서신 가운데서도 병영문화를 다룬 것은 없었다.
다른 지휘관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민구 합참의장과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이 취임 뒤 각각 2건, 2건, 8건, 5건의 지휘서신을 내려보냈는데, 대부분이 군사대비태세 확립, 군 보안태세 정비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병영문화 관련은 해병대 총기사건 발생 뒤 김 해군총장이 내려보낸 ‘병영문화 혁신 강조’(11년 7월8일)가 유일했다. 군 당국의 공식적인 설명과 달리 군 최고 지휘관들은 병영문화 혁신에 별 무게를 두지 않은 것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병사들이 존엄한 존재가 아니니 병영문화란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김 장관은 지휘서신 1호에서 “군대 문화의 일대 변혁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내용은 “단순히 사고의 유무와 건수로 지휘관과 부대를 평가하는 관행을 없애야 합니다. 훈련에 전념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였다. ‘사고 책임을 덜어줄 테니 훈련에 매진하라’는 지휘방침을 전한 것이다. 이는 “해병대 사령관 인사조치 없다”고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