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합법수출품, 운송장 등 미비로 오해 불러
‘1조원 사업’ 적중률 낮고 부품수급 문제 ‘골치’
‘1조원 사업’ 적중률 낮고 부품수급 문제 ‘골치’
독일이 한국에 정식으로 수출한 중고 패트리엇 미사일이 미비한 운송장 탓에 핀란드에서 ‘불법 무기’로 적발돼 압류당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결국 수출국의 부주의 탓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외신들 사이에서는 허술하기 짝이 없게 이송되던 이 무기의 정체를 둘러싼 추측이 난무했다.(<한겨레> 12월23일치 21면) 또 국내에서는 굴곡진 패트리엇 미사일 도입사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불법 무기 의심받아 압류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핀란드 경찰이 중국 상하이행 선박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69기와 피크르산 등 폭발물 160t, 프로펠러 작동 장치를 적발한 것은 21일(현지시각)이다. 이 배는 지난 13일 독일 엠덴항을 출발해 15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120㎞ 떨어진 콧카 항구(무살로항)에 정박했다. 한 부두 노동자가 우연히 이 배에 실려 있던 미국 레이시온사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발견했는데, 화물 목록엔 ‘폭죽’으로 기록돼 있었다. 또 밀폐된 컨테이너가 아닌 화물 선반에 아무렇게나 실려 있었다.
신고가 접수되자 핀란드 경찰과 세관은 운송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패트리엇 미사일을 압수하고 우크라이나 출신 선장과 1등 항해사를 연행했다. 또 “미사일의 출처와 최종 수취인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불법 무기 수출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독일이 하루 뒤인 22일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은 독일에서 한국에 합법적으로 수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데페아>(dpa) 통신은 독일 북서쪽 올덴부르크 세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해당 미사일은 독일군이 합법적인 무기 수출 허가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23일 “국가 간 운송기준이 달라서 압류 소동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핀란드는 폭발물을 컨테이너에 넣어 운송해야 하는 기준이 있고 독일은 팔레트라고 하는 플라스틱 화물 운반대에 포장하면 된다. 독일에서 컨테이너를 핀란드 항구로 수송해 정상적으로 한국으로 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폭발물 등 일부 화물은 중국으로 향하던 것이어서 선박이 상하이를 경유하려던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 왜 중고품인가? 패트리엇은 적 항공기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대표적인 지대공미사일이다. 통상 저고도 방공망은 서울시내 빌딩들 꼭대기층에 설치된 벌컨포와 미스트랄, ‘신궁’ 등이 막고, 중고도 방공망은 ‘호크’와 최근 국산화에 성공한 ‘천궁’ 등이 담당하는데, 패트리엇은 40㎞ 이상의 장거리·고고도 방공망을 책임진다. 1991년 1차 걸프전 때 이라크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 10곳가량의 기지가 있다. 올여름 ‘산사태 책임론’이 불거졌던 서울 우면산 공군 부대가 대표적이다.
이번 핀란드에서 단속에 걸린 패트리엇은 독일연방군이 최신형 패트리엇(PAC-3)을 배치하며 강제퇴역시킨 구형 모델(PAC-2)이다. 다른 나라에서 쓰던 구형 중고제품을 들여온 이유는 물론 돈이다.
국방부는 2003년 기존 나이키 미사일을 대신하기 위한 차세대 지대공미사일 도입 사업(SAM-X)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최신형이었던 PAC-3 미사일 도입에 2조~3조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오자 ‘과다한 전력투자’라는 지적이 나와 결국 사업이 보류됐다. 정부는 2007년 독일에서 구형 PAC-2 미사일과 발사대를 들여오고, 지상 통제장비는 미국제 신형 PAC-3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구형 모델이라지만 발당 가격이 114만유로(17억원가량)에 달해 전체 사업비는 1조원가량이었다. PAC-3은 발당 가격이 1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거액을 들여 도입한 PAC-2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접 명중능력(hit-to-kill)이 있는 PAC-3과 달리 PAC-2는 항공기 주변에서 폭발해서 파편으로 목표물을 맞히는 방식이어서 정확도와 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형이어서 부품 수급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고,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는 PAC-2 미사일 8개 포대 가운데 3개 포대의 추적레이더가 고장나 6개월째 가동이 중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짜깁기 후유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PAC-2는 효용성이 떨어져 PAC-3으로의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데 여기에도 조 단위 예산이 소요돼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첫 단추를 잘못 꿰어 골칫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순혁 전정윤 기자 hyu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한국행 패트리엇 ‘불법무기 억류 소동’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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