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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15만t급 입항’ 논란 큰데…
정부, 제주 해군기지 강행

등록 2012-02-29 21:44수정 2012-02-29 23:10

검증위 “입출항 가능”…제주도 “객관성 잃어” 반발
현실은 이런 규모 배 올 가능성 적어 ‘공허한 논쟁’만
정부가 29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제주 해군기지(제주 강정마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15만t급 크루즈선 입항 가능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지 못해, 해군기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검증위 발표에도 좁혀지지 않는 이견 제주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은 기지의 필요성, 절차적 정당성, 환경 문제 등의 사안을 두고 대립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부가 발표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계획의 핵심 사안인 15만t급 크루즈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이 가능한지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정부는 이날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위원장 전준수 서강대 교수)가 “현재 설계로도 입·출항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점을 근거로, 해군기지 재추진을 선언했다. 기술검증위 결론의 근거는 한국해양대가 실시한 선박 조종 시뮬레이션이다. 남쪽 방파제는 입항과 접안 10가지 경우 모두 안전했고, 서쪽 방파제는 12가지 경우 가운데 10개가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2가지 경우도 근접도·제어도 문제가 아닌 운항자의 주관적인 평가에서 ‘안전성 향상 방안 검토 필요’가 나온 것으로, 항로 변경과 서쪽 돌출형 부두를 가변식으로 바꾸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시뮬레이션은 국방부(해군)가 기술검증위가 구성되기 전인 지난해 12월12일 한국해양대에 맡겨 실시한 것이다. 해군과 제주도가 대립해 총리실 산하에 기술검증위를 꾸려 조율하도록 했는데, 기술검증위가 한쪽 자료에 바탕해 그쪽 주장을 확인해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결국 제주도는 “기술검증위의 기술검토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확연한 견해 차이가 났으며,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뮬레이션에 반영된 각종 변수 값도 여전히 논란이다. 한국해양대 연구팀은 풍속 14m/s, 횡풍압(측면에서 받는 바람) 면적 13,915㎡, 항로법선 교각 30°, 예인선 배치 상황 등을 적용해 결론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강정마을회 등에서는 풍속은 최소 26.2m/sec, 횡풍압은 16000㎡ 가량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비현실적인 15만t급 크루즈 입항 15만t급 크루즈선 입항 가능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 해군과 제주도에 이어 기술검증위까지 뛰어든 모양새지만, 사실 이는 별 의미가 없다. 15만t급 크루즈선이 제주도에, 그것도 2척이 동시에 입항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1400명을 태울 수 있으며 배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높이가 20층짜리 아파트와 같다는 현대금강호(금강산관광 1호선)가 3만t이 채 안된다. 과거 15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대서양에 가라앉은 타이타닉호가 4만5000t가량이다. 전 세계 7척이 있다는 15만t급 크루즈는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얘기다.

15만t급 크루즈가 정박하면 웬만한 도시는 쏟아져나온 탑승객들로 인해 도심 교통이 마비된다고 한다. 이런 15만t급 크루즈선은 단 한 번도 우리나라를 찾지 않았는데, 당분간 찾을 일도 없다. 세계적인 부유층인 탑승객들을 유인할 인프라가 없고, 이를 구축할 계획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오지도 않을 배의 입항을 두고 공허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2009년 4월28일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는 ‘15만t급 크루즈 2척이 동시에 입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3자 간 기본협약서를 체결했다. 해군 관계자는 “군항 계획이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민·군 복합항으로 가기로 했고, 제주도가 그런 규모를 희망하자 중앙정부가 이를 수용하기로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기지를 지렛대로 중앙정부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려던 제주도의 과욕에, 사업 추진 욕심에 실효성 없는 요구도 무작정 들어주겠다며 나선 중앙정부의 ‘꼼수’가 겹치며 문제가 너무 꼬여버린 셈이다.


이순혁 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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