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에버트 재단 등의 주최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반도 세미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외부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리 부상은 지난 6일 뉴욕에 도착한 이후, 세미나가 열린 9일까지 숙소인 밀레니엄유엔플라자 호텔 바깥은 물론 1층 로비에도 내려오지 않았다. 세미나가 호텔 28층에서 열리고 주최 쪽이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세미나장에서 참가자들이 함께 먹도록 유도해 리 부상은 방과 세미나장만 오간 것이다. 따라서 호텔 로비와 바깥에 진을 치고 있던 한국, 일본 기자들과는 전혀 마주칠 기회도 없었다.
심지어 10일 미 외교정책협의회 세미나도 외교협회 빌딩이 아닌, 묵고 있는 밀레니엄유엔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지난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지난 2009년 리근 미국 국장이 참석한 외교정책협의회 세미나는 외교빌딩에서 열린 바 있다. 이때문에 10일 세미나에 참석할 리 부상을 기다리느라 호텔 앞과 외교협회 빌딩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은 헛탕만 친 꼴이 되기도 했다.
리 부상이 처음으로 호텔 밖을 나간 것은 공식일정이 모두 끝난 10일 오후 6시30분께였다. 이때도 기자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호텔 뒷문에 승합차를 대기시켜 놓고 리 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 등 북한 참석자들이 북한대표부 직원들의 안내로 곧바로 빠져나갔다. 리 부상 일행은 이날 밤 11시께 돌아왔다. 리 부상 일행이 어디를 다녀왔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리 부상 일행은 다음날인 11일 낮에도 잠시 바깥 나들이를 했다. 오전 10시40분 역시 뒷문으로 나온 리 부상 일행을 일부 일본 방송국의 카메라 기자들이 자동차로 추격했으나, 리 부상 일행을 태운 2대의 자동차가 이를 알아차리고 양쪽으로 나뉘어져 미행을 따돌리는 007작전까지 벌일 정도로 리 부상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려 애썼다. 이날 리 부상 일행은 한인타운 근처인 35번가 등에서 약간의 쇼핑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 부상 일행이 이처럼 언론의 추적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것은 특별히 밝힐 내용도 없지만, 안전 문제 등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존에프케네디 공항에서 리 부상을 마중나온 한성렬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리 부상을 에워쌌던 기자들에게 “이렇게 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여러분들 중에 대표를 뽑아주면, 우리가 얘기도 할 수 있고 사진촬영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고위인사들의 미국 방문시, 이들을 쫓는 것은 대부분 일본 언론들이다. 보통 한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나오기 때문에 북한 인사들이 드나드는 공항, 호텔, 기자회견장 등에는 한반도 문제이긴 하지만 일본 언론사 기자들로 가득차 있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텔 주변에 진을 치고 기다리는 것은 일반화됐고, 특히 일본 카메라·사진 기자들은 거의 하루 온종일 호텔 앞에서 대기하고, 북한 인사들이 움직일 경우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을 타고 차량을 따라붙는 등 다소 극성스러울 정도로 적극성을 띈다. 이를 위해 일본 언론들은 대개 뉴욕, 워싱턴, 서울 특파원들이 총집결해 역할을 분담해 마크하고 있다. 이런 현장에서 미국 언론사 기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북한 관련 뉴스는 일본 언론의 주요 관심사인데다, 일본 언론사간의 극심한 경쟁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리 부상을 취재하기 위해 온 일본 언론사의 한 특파원은 “우리(일본 언론이)가 왜 북한 인사를 (한국 언론보다 더) 이렇게까지 쫓아다녀야 하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뉴욕/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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