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북한이 회담 테이블로 복귀하고, 기존의 제안에 반응을 보이고, 자신들의 제안을 내놓는다면 대화를 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그리고 비공식적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나는 ‘주고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직업이 아닌 외교관이 된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4월말 <한겨레>(2005년 5월2일치)와의 단독 회견에서 이런 소신을 밝혔다. 미국쪽 수석대표로서 그의 소신은 4차 6자 회담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협상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이번 회담을 실질적인 협상의 장으로 변화시키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주고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외교관이 된 것이다”
“북 평화적 핵이용 권리 주장, 왜 꼭 지금 행사해야 하느냐”
북한의 비핵지대화 주장, 우리 생각 가운데 일부와 조화
그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 주장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모범 회원국이 될 경우 그런 권리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지금 그 권리를 꼭 행사해야 하느냐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강하게 부정해 왔던 것과 달리, ‘방법과 시기’를 협상의 차원에서 다뤄보자는 제안인 셈이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비핵지대화 주장 가운데 일부는 우리 생각들 가운데 일부와 조화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는 북한과의 만남에 대해 접촉이냐 협의냐를 따지고 있지만, 힐 차관보는 이를 ‘토론’ 또는 ‘협상’이라고 표현하며 실질적인 내용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북한도 미국과의 협의 분위기를 좋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6·17 면담에서 “힐 차관보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한 이유를 북한도 이제 이해했는지가 궁금하다.베이징/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