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종북실체 표준교안’ 논란
야권·반독재·반유신과 연관짓는 내용 빠졌지만
보안법 폐지·천안함 의혹제기 등은 종북과 연계
야권·반독재·반유신과 연관짓는 내용 빠졌지만
보안법 폐지·천안함 의혹제기 등은 종북과 연계
10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전 군에 배포된 종북세력 실체인식 교육자료(표준 교안)는 종북세력의 실체를 알아야 하는 이유, 종북세력의 정의, 북한과 종북세력의 연관성, 내부의 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종북세력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등 5꼭지로 구성돼 있다. 국방부 차원에서 표준 교안을 만들어 일선부대에 내려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는 표준 교안을 일선 부대와 신병훈련소뿐만 아니라 학교 등에서 종북교육 교재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가 이번에 표준 교안을 만든 것은 각급 부대가 자체적으로 만든 교재에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일선부대의 종북교육 자료 제작을 금지시킨 바 있다.
그러나 표준 교안이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꼽은 대목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종북세력으로 규정될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하는 진보단체를 종북세력으로 단정짓고 적으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정치권에서도 폐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또한 “폭력시위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은 보여도 배후에서 이를 기획하고 조종하는 세력의 실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시위와 종북세력을 교묘하게 연결지으면서 집회·시위에 대한 군의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종북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애매모호해 실제 각급 부대의 교육과정에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종북세력을 국군의 주적으로까지 규정하는 게 합당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제기될 것 같다. 표준 교안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해외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등 9개 단체를 이적 단체로 꼽았다. 이들 단체의 활동이 현행법에 어긋난다면 그에 따라 법적 제재를 가하면 될 일이지 군의 주적으로까지 규정해 마치 무력으로 공격해야 할 대상이라는 이미지지를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표준 교안은 이밖에 “이들은 북한에 의해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서도 북한의 억지주장을 대변하면서 우리 정부의 발표를 무시하고 있다”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제기를 종북세력과 연계하기도 했다.
이번 교안에는 “종북세력 제1야당에도 있다”, “반유신·반독재는 종북세력 확산의 계기가 됐다”, “2012년 김정은 대남명령 1호가 남한 대선 개입” 등의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내용은 사라졌다.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은“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군이 국민의 일부를 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며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은 진보세력이라면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이를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한다면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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