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대장 진급·보직신고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방부, 정신교육 공식교재 논란
‘보안법 폐지 주장’ 등 근거 모호
‘보안법 폐지 주장’ 등 근거 모호
국방부가 10일 ‘종북세력은 국군의 적’이라고 규정하는 내용의 종북 실체 표준교안을 전군에 내려보내 신병훈련소와 야전부대 등에서 장병 정신교육 교재로 활용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부는 이 교안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종북세력의 근거로 규정하는 등 모호한 기준을 제시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사상전의 승리자가 되자!’라는 제목의 18쪽 분량 표준교안에서 종북세력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전략 노선을 맹종하는 이적세력으로 분명한 우리 국군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국방부가 표준교안을 만든 것은 처음으로, 각급 부대가 자체 제작한 교재에 반유신·반독재 민주화운동까지 종북으로 규정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한겨레> 9월4일치 1면)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종북세력을 적으로 규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이를 통한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는 북한의 노선을 그대로 추종’한다는 점을 꼽아,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자체를 종북세력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하는 진보단체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할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보안법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정치권에서도 폐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표준교안은 또한 “폭력시위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은 보여도 배후에서 이를 기획하고 조종하는 세력의 실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시위와 종북세력을 연결지으면서 집회·시위에 대한 군의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종북세력을 국군의 적으로까지 규정하는 게 합당한지를 두고도 논란이 제기될 것 같다. 표준교안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해외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등 9개 단체를 이적단체로 꼽았다. 이들 단체의 활동이 현행법에 어긋난다면 그에 따라 법적 제재를 가하면 될 일이지 군의 주적으로까지 규정해 마치 무력으로 공격해야 할 대상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표준교안은 “이들은 북한에 의해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서도 북한의 억지주장을 대변하면서 우리 정부의 발표를 무시하고 있다”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제기를 종북세력과 연계하기도 했다. 표준교안에는 반유신·반독재 민주화운동과 야당까지도 종북세력으로 표현한 내용은 제외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은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군이 국민의 일부를 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며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은 진보세력이라면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이를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한다면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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