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기자회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남북 관계가 갈수록 경색되고 북쪽 인력 철수가 현실화되자 망연자실해했다. 9일 열린 개성공단입주기업 대책회의에 참여한 한 입주기업 대표는 “그동안 여러번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력이 출근을 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산 자체에 차질을 빚어 향후 재개되더라도 떨어진 (발주 관련)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져 이젠 끝났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업체당 최대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3개 입주기업은 지난해 12월까지 총 5798억원을 정부로부터 투자 승인을 받았다. 태성산업, 로만손 등 16개 업체들은 100억원 이상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투자액은 고스란히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93개 기업들은 경협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하지만 최대 피해 보상액은 70억원이다. 나머지 30개 업체는 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은 1시간여 동안 대책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유창근 부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 입주기업들은 중환자라 살기 위해 애절하게 말하고 있다. 병원과 보호자가 서로 치료비를 놓고 환자한테 가혹하게 하지 말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대책회의에는 북쪽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에 대한 원망도 나왔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기업 대표는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 일변도가 사태를 심각하게 한 측면이 있다는 원망이 있었다. 이를 호소문에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가 있어 포함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을 갖고 있는 현대아산은 이날 기존 상황실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확대 전환했다. 현대아산은 개발사업권뿐만 아니라 현지에 편의시설, 정비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아산 김종학 사장은 “현재 개성공업지구가 존폐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개성공업지구를 처음 시작하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개성공업지구를 끝까지 지켜내고 정상화시키는 일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