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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강제로 내쫓지만 않으면 개성공단에서 내려갈 생각 없다”

등록 2013-04-10 20:52수정 2013-04-10 23:03

‘남북출입사무소 물품보관함’ 한산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이틀째인 10일 경기 파주 경의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있는 물품보관함 대부분에 이용자가 없어 열쇠가 꽂혀 있다. 이 보관함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남쪽 입주업체 사람들이 이용해왔다. 파주/이정아 기자leej@hani.co.kr
‘남북출입사무소 물품보관함’ 한산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이틀째인 10일 경기 파주 경의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있는 물품보관함 대부분에 이용자가 없어 열쇠가 꽂혀 있다. 이 보관함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남쪽 입주업체 사람들이 이용해왔다. 파주/이정아 기자leej@hani.co.kr
공단 잔류 ‘법인장’ 전화인터뷰
“회사가 많은 돈 투자했는데
철수하면 회사 유지될수 없어
그렇게 되면 일자리를 또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느냐”
개성공단에서 한 업체를 책임지고 있는 김문태(가명·50) 법인장은 9일 특별한 밤을 맞았다. 2007년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가동한 이후 휴일을 빼고 매일 돌아가던 미싱이 이날 처음으로 멈췄다. 동료들과 공장에서 지낸 그는 10일 “강제로 내쫓지만 않으면 여기를 지킬 것이다”고 말했다. 김 법인장은 <한겨레>와 9~10일 두차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 법인장은 9일 밤 다른 업체 법인장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는 “다른 업체 법인장과 오래 알고 지냈는데 이럴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신뢰감도 커졌다. “오늘(10일)도 완제품을 싣고 나가는 차량이 있는데 북쪽 인력이 없어 서로 도와준다. 다른 업체 물량이 급하게 나가야 할때면 자기 물량을 줄여 공간을 내주기도 한다.”

공장은 9일에 이어 10일도 멈춘 상태다. 김 법인장은 “대부분 업체가 그렇겠지만 우리는 작업이 끝나면 깨끗이 정리하고 나간다. 큰 공장이 텅 비어 깔끔한 상태로 있는 것을 보면 허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또 “오늘은 남은 동료들과 포장 등 잔무를 처리했다. 그러면 잡생각도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물이나 가스·전력·쌀 문제없어
하지만 반찬 곧 떨어질 것 같아
밥·라면과 김치로
끼니 해결해야 할지도”

일부에서 우려하는 식사 문제는 반찬을 제외하면 대부분 양호하다고 했다. 그는 “물이나 가스, 전력, 쌀 등 문제가 없고, 아침도 어제 끓인 북어국을 먹었다. 하지만 반찬이 곧 떨어질 것 같다. 밥이나 라면과 김치로 끼니를 해결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곳에 온 지 수년이 됐고 동료들도 있어 큰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다른 공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걱정했다. “동료들이 많이 철수하고 홀로 남겨진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숙소를 함께 쓰려고 한다. 대부분 나이가 있고 처자식 부양 문제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체류해야 하는 분들도 있다. 불안해 할 수 있을 것같다.”

가족들 얘기를 할 때는 목소리가 착잡해졌다. “아내가 지난주부터 이틀에 한번 꼴로 전화하더니 이번주부터는 매일 전화한다. 아이들이나 부모님도 걱정하는 전화를 해 오는데 안심하라고 말해주고 있다.”

앞날 걱정도 있다. 그는 “우리끼리 농담삼아 ‘개성공단 온지 1년이 지나면 본사에 책상이 사라진다’고 한다. (개성의 공장이) 폐쇄돼 본사로 내려가면 큰 기업은 자리를 줄 지 모르지만 중소기업 (소속)이라면 새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공장에 남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는 “신변 위협이나 강제 지시가 없는 이상 내려갈 생각이 없다. 우리 회사가 많은 돈을 여기에 투자했는데, 철수하면 회사가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되면 일자리를 또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남북의 두 정부에 대한 원망도 섞여 있었다. “남북 모두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 북은 잠정 중단을 선언했고, 남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우리만 샌드위치식으로 끼어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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