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둔 14일 오전 황해남도 옹진군의 산 중턱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혁명사상 만세’라고 쓰인 팻말이 세워져 있다. 왼쪽 아래에 포문이 열린 해안포 진지가 보인다.
연평도/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조평통 발표 속내 뭘까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재개
한·미 군사압박 중단 기대한듯
미사일 쏘지 않는 인내심 필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재개
한·미 군사압박 중단 기대한듯
미사일 쏘지 않는 인내심 필요
11일 북으로 넘긴 ‘공’이 14일 남으로 되넘어왔다. 북한은 최근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성의 있는 안을 내놓으라고 역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에 대해 청와대가 갑자기 이날 밤 ‘대화 제의 거부’라며 유감을 표명해 겨우 살아난 대화의 불씨가 그대로 꺼져버리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일단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밝힌 “대화 제의는 빈껍데기”라는 내용의 발표를 대화 거부로 단정하기는 일러 보인다. 먼저 국방위원회나 조선노동당 등 중요 국가기구가 아닌 당 통일전선부 산하의 조평통에서 발표했다는 점에서 ‘격’이 낮다. 담화나 성명이 아닌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변인이 답변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또 “대화는 남조선(한국)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한 점에서도 대화 거부보다는 대화 조건의 제시로 볼 수 있다.
조평통 대변인 발표의 첫번째 요지는 “대화 제의라는 것을 들여다보아도 아무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말한 것만 믿고 대화에 덥석 나설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한국이 더 구체적인 제안을 다시 내놓으라고 북한이 공을 도로 넘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기대하는 것으로는 먼저 대남 관계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확대,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내륙 기업 활동의 재개 등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대북제재 조처의 해제를 꼽을 수 있다. 북한의 기대 사항엔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승계를 거부했던 6·15, 10·4 정상선언 실천도 포함될 수 있다.
조평통 대변인이 밝힌 두번째 요지는 “진정으로 대화 의지가 있다면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결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다. 이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포함한 한-미의 대북 압박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좀더 큰 틀의 요구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에 유엔 등 대북제재 우선 해제, 핵무기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인정, 한반도의 평화체제 전환 등 일체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렇게 큰 틀의 변화를 요구하는 까닭은 ‘김정은 체제’의 등장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더욱이 지난해와 올해 사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6자’의 지도부가 모두 바뀌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체제를 요구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대화 분위기를 진전시키려면 한국 정부의 좀더 구체적인 제안이 필요해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대화 제의나 박근혜 대통령의 진전된 발언, 미국의 조기·직접 대화 의지 표명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현재의 대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화 분위기의 전제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사일을 쏘면 판을 뒤엎는 것이고, 대화는 물 건너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밤 갑자기 정부 공식 입장을 내어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라며 북한의 반응을 ‘대화 제의 거부’로 못박았다. 북한이 다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규원 조혜정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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