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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동우콘트롤’ 고병선 사장의 한숨

등록 2013-05-05 20:42수정 2013-05-05 22:33

개성공단 진출기업인 동우콘트롤의 고병선 사장이 3일 인천 서구 가좌동 본사 생산라인을 돌아보며 제품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동우콘트롤의 개성 생산라인은 지난해 3일부터 한달째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진출기업인 동우콘트롤의 고병선 사장이 3일 인천 서구 가좌동 본사 생산라인을 돌아보며 제품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동우콘트롤의 개성 생산라인은 지난해 3일부터 한달째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설비 가져와도
정상가동까지는 시간걸려
현 상태 장기화땐 줄도산”
“이렇게 전자기판을 보며 땜질을 해야 합니다. 금방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개성공단을 마지막까지 지키던 남쪽 인원 7명이 모두 철수한 지난 3일, 개성공단 진출기업인 동우콘트롤의 고병선 사장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인천시 서구의 본사 생산라인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 회사는 밥솥·보일러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전자회로기판(PCB) 콘트롤러를 만드는 업체로, 2007년 말 개성공단에 진출했다. 그는 “개성에는 이만한 생산라인이 4개나 더 있는데, 벌써 한달째 가동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전제품 회로기판 부품업체
“남북 고용창출 기여하려 입주
북 직원들 일 가르치고 보람도”

인천공장 밤낮없이 돌리지만
생산 역부족…피해액 ‘눈덩이’
남북경색 탓 신용등급도 하락

1979년 9월 동우콘트롤을 창업한 고 사장이 해외 진출을 생각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2003년부터 중국과 베트남의 20여곳을 돌아본 끝에 그는 결국 개성을 택했다. 고 사장은 “기업 입장에서 이윤을 생각하지 않을 순 없지만,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고 남북 모두에 고용을 창출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연 개성공단은 경쟁력이 있었다. 중국의 인건비는 그동안 꾸준히 치솟아 지금은 한달에 60만~80만원 정도지만, 개성은 15만원에 불과했다. 서울과 가까워 물류비도 싼데다 언어 장벽이 없어 마음에 들었다.

2008년 3월 개성 공장을 완공했을 땐 직원들과 인천시 공무원까지 합쳐 수십명이 몰려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북한 땅을 밟는다는 사실에 긴장했던 이들도 실제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엔 “좋은 일 한다”며 격려해 줬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올해엔 공장 설비를 늘릴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 고 사장은 “6개월 동안 전자기판의 ‘전’자도 모르는 북한 직원들을 잘 먹이며 가르쳐 놓으니, 얼굴도 환해지고 일도 잘해 적잖은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동우콘트롤이 고용한 북한 직원은 3월말 기준 497명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불편한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차주전환(돈을 빌린 주체를 본사에서 현지 법인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동우콘트롤은 중소기업으로 신용도가 BB+ 이상인 우량 기업에 속했다. 그러나 본사와 개성에 설립된 별도법인 ‘개성 동우’의 부채가 하나로 묶이는 바람에 신용도가 C로 떨어졌다.

그는 “정부에선 남북협력기금 등을 통해 1차로 3천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대출 과정에선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신용도와 담보를 따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3천억원이 123개 기업에 고루 배분된다면 업체당 25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지만, 차주전환이 안 되는 상황이면 돈을 빌릴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내놓은 5·24 대북 경제제재로 인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현지에 건물만 지어 놓고 설비 반입이 안돼 발을 동동 구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 제재 뒤에 투자된 금액은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동우콘트롤도 총 투자금은 62억원이지만, 14억원은 5·24 이후에 이뤄져 인정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 보험 보상금의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

지난 3일 북한이 남쪽 기업들의 공단 진입을 막은 뒤 동우콘트롤의 인천 본사 생산라인은 밤과 주말을 잊은 채 가동중이다. 자재를 직접 구입해 제품을 납품하는 ‘도급 부문’에선 납기일을 겨우 맞추고 있지만, 원자재를 받아 제품을 만드는 ‘임가공 부문’은 손을 놓고 있다. 생산라인이 모두 개성에 있는 탓이다. 동우콘트롤의 임가공 제품 중에는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인 갤럭시4 부품도 있다.

고 사장은 “원자재 변상도 걱정이지만, 거래업체들이 삼성의 주문을 받을 수 없게 돼 더 미안하다”고 했다. 주변에선 계약처 변경을 통보받은 기업, 봄·여름용 신상품 시장을 놓쳐 막대한 손실을 본 의류 업체 등 공단 가동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불어나고 있다.

고 사장의 한결같은 바람은 공단의 정상화다. 그는 “남북이 생각은 다르지만 어차피 같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길이 왜 없겠냐”며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을 생각해 꼭 공단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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