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이전사업에 군침 준비작업 착수한듯
이라크에서 각종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특혜 논란을 일으킨 미국 핼리버튼이 최근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사업에 뛰어들면서,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던 국방부 간부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핼리버튼 자회사인 케이비아르(KBR)는 지난 3월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용산기지 이전 사업을 지휘할 ‘프로그램 매니지먼트’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프로그램 매니지먼트는 총규모 4조∼6조원으로 추산되는 용산기지 이전의 설계·시공·관리·감독·가동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하는 사업자로, 케이비아르는 한전 산하 한전기술주식회사와 지난 5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케이비아르는 이 과정에서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 참여했던 이아무개 국방부 대미사업부장(대령)을 한국지사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지난 4월30일 전역한 이씨는 바로 다음날 이 회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사업부는 용산기지 이전 및 미2사단 재배치를 총괄하는 자리여서, 케이비아르의 이런 움직임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정부는 매년 12월 자본금 50억원, 매출 150억원이 넘는 기업을 공고하고, 이들 기업에는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공직자들이 퇴직 이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케이비아르는 지난 5월 설립돼 이 규정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이 한때 회장으로 일했던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후 복구 및 미군 지원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한 다국적 기업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에 연료를 납품하면서 비용을 과다청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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