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산상봉 연기’ 정부 반발
강력비판 성명…청와대 ‘골탕먹이기’로 여기며 격앙
내란음모 혐의 사건 언급도 “매우 부적절” 날선 반응
강력비판 성명…청와대 ‘골탕먹이기’로 여기며 격앙
내란음모 혐의 사건 언급도 “매우 부적절” 날선 반응
청와대는 21일 아침 북한이 돌연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느라 분주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발표 뒤 곧바로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 비서진은 청와대로 출근해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고 통일부와도 대책을 협의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산가족 상봉 불발에 대한 모든 대응은 통일부에서 할 것이며, 정부 입장도 통일부가 발표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는 ‘북한 지도부가 인도주의적인 사안을 자신들의 국면 돌파용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봉일을 코앞에 두고 일방적인 통보를 한 것 자체가 우리 정부에 대한 의도적인 ‘골탕먹이기’이자 ‘정치적 도발’이라고 받아들이는 기류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것도 아니고 북쪽의 가족을 만날 날만 손꼽으며 기다리고 있던 노년의 이산가족들을 볼모로 북한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오후에 “모든 이산가족들과 우리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 행위”라며 강력한 비판 성명을 내놓은 것도 청와대의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측이 민족의 가장 큰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자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준비한 상봉을 불과 4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비난하며 합의를 깨는 것은 모처럼의 대화 분위기를 다시 대결 상태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상봉 연기를 선언하며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혐의 사건’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인도적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도 모자라 남한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김의도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의 헌법을 무시한 반국가적 행위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건마저 남북관계와 연결시키는 북측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북측이 ‘통일애국인사’에 대한 탄압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이 소위 애국 인사를 남한에 두고 지령을 주면서 조종한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날 선 반응을 내놓았다.
석진환 김규원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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