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강원 화천군의 한 군부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28살 여군 대위가 상관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한 뒤 10개월간 매일 야간근무를 서는 고통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해당 여군 대위의 유족이 자신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문자메시지에는 “10개월 동안 언어폭력, 성추행, 하룻밤만 자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하면서 매일 야간근무시키고 아침 출근하면서 야간 근무한 내용은 보지도 않고 서류 던지고, 약혼자가 있는 여장교가 어찌해야 할까요?”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유족은 여군 대위가 남긴 유서와 일기장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에게 “‘하룻밤만 자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하면서 상관이 여군에게 매일 야간 근무를 시키고, 이게 대한민국 여군들의 보편적인 생활이냐. 실로 어처구니없는 제안이 지금 우리 육군에서 통상적으로 벌어지는 현실인 것이냐”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또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군에 들어온 여성 인재들이 군 생활의 어려움과 고충을 견디지 못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군의 손실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안타까운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권 총장은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정비하는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육군은 “모욕 및 추행죄 혐의로 여군 대위의 상관인 노아무개 소령을 17일부터 구속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군 대위는 지난 16일 자신이 근무하던 부대 근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선 타다 남은 번개탄도 함께 발견됐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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