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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성폭력 가해자 감싸기…육군의 뻔뻔한 거짓말

등록 2014-03-24 18:12수정 2014-03-25 08:31

육군, ‘여성 대위 자살 사건’ 가해자 노 소령 끝까지 두둔해
“유서에 없다” 발뺌…군 검찰 공소장엔 ‘성관계 요구’ 나와
현장에서

하어영 기자
하어영 기자
“(2013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아무개 대위 유서에 노아무개 소령이 ‘하룻밤 자면 편할 텐데’라고 말했다거나, (오 대위가) ‘약혼자 있는 저 어케 할까요’라고 말하는 등 성관계 요구가 있었다고 언론에서 보도한 것은 소설입니다.”

3월24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김흥석 육군 법무실장은 일부 보도를 ‘소설’이라고 단호히 비판했다. “유서를 봐도, 일기를 봐도 성관계 요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의 강경한 태도에 기자들도 침묵했다. 과연 기자들이 ‘소설’을 쓴 것일까. 그러나 김 실장의 말은 반나절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흥석 실장의 주장과 달리, 2013년 7월12일 오 대위의 일기를 보면, “농담이라고 할지라도 나랑 잘래? 이건 심하지 않은가”라고 적혀 있다. 같은 날 오 대위가 업무용 컴퓨터에 쓴 메모에도 “자는 시간 빼고 거의 하루종일 같이 있었는데 그 의도도 모르나? 같이 자야지 아나? 같이 잘까? (힐끔 반응 보더니) 나도 원하지 않아”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노 소령은 “성관계를 하자”고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암시를 반복적으로 오 대위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였다. 이 내용은 군 검찰의 공소장에도 인용돼 있다.

성관계 요구는 가족과 친구의 증언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2월 2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오 대위의 아버지는 회식 자리에서 참모(노 소령)가 (오 대위의) 다리를 더듬고 노래방에서 안고 “하룻밤만 자면 군대 생활 편하게 할 건데, 그 의도도 모르나?”라고 말했다는 딸의 이야기를 전했다. 역시 증인으로 출석한 오 대위의 친구 박아무개씨도 “노 소령이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오 대위의 하소연을 진술했다. 결국 노 소령의 성관계 요구는 유서엔 없었지만, 일기와 메모와 아버지·친구의 진술에 있었다. 김흥석 법무실장은 “유서와 일기에 없었다”는 강변으로 진실을 가리려 한 것이다.

심지어 군 검찰은 노 소령이 오 대위의 어깨와 등을 쓰다듬은 ‘성추행’이나, “너랑 나랑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다. 잠자리에서도 궁합이 안 맞을 거다”라는 등의 ‘성폭력 발언’도 확인했다.

이런 종합적인 ‘진실’을 확인한 국방부 기자들은 “왜 굳이 군이 나서 가해자를 보호하느냐?”, “일기와 메모에 있고 유서에 없으면 성관계 요구가 없었던 것이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육군 법무실장은 대답해야 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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