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없이 곧장 ‘본론’ 속전속결 지향
북-미 입장차 여전해도 협상의지 비쳐
북-미 입장차 여전해도 협상의지 비쳐
제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가 13일 속개됨으로써 북한의 핵폐기 범위와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둘러싼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참가국들은 이날 별다른 개막식 없이 곧장 수석대표 등이 포함된 소인수 회의를 열어 서로 입장을 탐색했다. 지난 5주간의 휴회 기간에 이뤄진 외교접촉을 통해 확인한 총론을 토대로, 타협의 폭을 가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날 회의에서 참가국들의 집중력과 유연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쟁점에 집중하되, 협상은 유연하게 하자는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날 남북 장관급 회담 참석차 평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중국이 지난 1단계 회담에서 제시한 공동문건 초안의 1조 2항, 즉 북한의 핵폐기 범위와 평화적 핵 이용 권리 문제에서 절충점을 찾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도 이런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에 도착해 “(각국이)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 좋은 결과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은 적어도 형식 면에선 속전속결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이 이미 드러난 이상 에두르지 말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협상의 조건을 찾는 모양새다. 이날 소인수 회의 분위기도 진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관계자는 “의장국인 중국이 이번 회담의 흐름을 빠르게 몰아갈 것 같다”며 “사실 북-미 등 핵심 당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회담을 오래 끌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회담의 장기화 여부는 북-미 양자협의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14일부터 이어질 북-미 협상은 사실상 ‘담판’의 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는 지난달 7일 휴회 이후 네 차례 이상 뉴욕에서 접촉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평양을 출발하면서 “북한은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며 “이는 누가 주는 것도 승인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이번에 딜(거래)하는 것이 북한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은근히 북한을 압박했다.
그러나 북-미 모두 협상의 자락은 깔아놓은 상태다. 힐 차관보는 12일 서울에서 “우리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한 데 이어, 이날도 “우리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며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김 부상도 이날 평양을 떠나면서 “진지하고 성의있는 태도로 회담에 참석할 것이며, 필요한 시기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담 관계자는 “북-미가 대화와 대결 사이에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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