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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억류된 미국인 3명 협상카드로 ‘만지작’

등록 2014-09-05 17:19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에 대한 미국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북한이 이를 외교적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돌파하기 위해 억류자들을 활용해 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엔엔>(CNN) 방송은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 매튜 토드 밀러,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등 미국인 3명과의 인터뷰를 촬영해 방송했다. 한 사람 당 인터뷰는 5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았지만, <시엔엔>은 미국의 노동절 휴일(첫째 월요일)이었던 지난 1일 주요 시간대마다 이를 반복 방영했다. 이후 미국 언론들은 이들 셋의 안부와 미 정부의 조처에 대한 보도를 날마다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인터뷰가 미국에서 높은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우선 인터뷰 자체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부터 억류 상태인 케네스 배는 지난해 북한 언론과의 인터뷰와 올해 1월 기자회견 등 근황이 공개된 바 있지만,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 4월과 6월부터 각각 억류중인 밀러와 파울은 영상 공개 자체가 처음이었다.

최근 중동에서 실종됐던 미국인 기자 2명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의해 2주 간격으로 무참히 살해된 것도 ‘북한 억류 미국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추가적인 자국민 희생에 대한 우려 탓에 미국 사회의 초조감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도 국내 여론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3일 백악관과 국무부는 각각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의 석방은 최우선 과제”이며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 사건 탓에 오바마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불신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인 ‘국외 악재’를 최대한 차단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같은 미국의 모습은 북한에 외교적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높은 관심을 보일수록, 북한으로서는 억류자들을 석방할 만한 적절한 시기가 온 것일 수 있다”며 “만약 풀어주면 미국 내에서는 ‘아이에스’ 살해 사건과 비교하는 여론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북한은 오히려 아이에스 등과는 달리 인권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국도 ‘자국민 석방’이란 외교적 성과를 거두게 돼, 결국 북-미 모두에 ‘윈-윈’이 될 거란 낙관론이다.

석방 과정에서 미국이 특사 방문 등 형태를 통한 북-미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수적 성과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미 정부는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석방 교섭 창구로 제시해왔지만, 케네스 배의 어머니 배명희씨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아들이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킹 특사가 아닌 다른 인사의 방북을 원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억류 미국인 파울은 “빌 클린턴이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특사로 파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전직 대통령 급 고위 인사가 방문하기를 바란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럴 경우, 비단 억류자 석방 뿐 아니라 북-미 협상 재개의 기반을 쌓기 위한 조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미국이 억류자 석방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지불할 수 있는 수단이 뾰족한 게 없다는 점에서, 미국이 쉽사리 특사 파견 등의 조처를 취하기 쉽지 않다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북-미 간 억류 사건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있었으며, 미국은 전직 대통령 등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억류자들을 데려왔다. 2009년 8월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등 여기자 2명을, 2010년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불법 입국 혐의로 붙잡힌 아이잘론 말론 곰즈를 북한에서 직접 미국으로 ‘데려온’ 적이 있다. 1996년에는 한국계 미국인인 에번 헌지커의 밀입북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내 대표적인 북한통인 빌 리처드슨 당시 하원의원(현 뉴멕시코 주지사)이 방북한 사례도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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