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한 북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왼쪽부터),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4일 오전 인천 송도 오크우드호텔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우리측 관계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2014.10.4(인천=연합뉴스)
전문가 “청와대와 대타협 모색하기 위한 것”
황병서, 올해 요직 꿰차고 김정은 이어 ‘2인자’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로 체육 분야 주도
김양건, 2차 남북정상회담때 김정일 단독 보좌
황병서, 올해 요직 꿰차고 김정은 이어 ‘2인자’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로 체육 분야 주도
김양건, 2차 남북정상회담때 김정일 단독 보좌
인천 아시안게임 참석차 남쪽을 방문한 북한 쪽의 고위급 인사들은 당·정·군의 고위 요직을 망라한 인사들로, 당·정·군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제1비서(제1국방위원장 및 최고사령관 겸직)를 제외하면 최고위급 방문으로 평가된다.
통일부는 4일 오전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조선노동당) 비서, 김양건 비서 등 북한쪽 인사가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을 위해 우리쪽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이 북쪽 대표단의 평양 출발 소식을 전한 기사에서도 황병서-최룡해-김양건 순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아, 북쪽의 통보 내용을 남쪽이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순서는 각 인물이 맡고 있는 직책과 배경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2인자’ 황병서 황병서(65)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올해 들어 2인자에 해당하는 요직을 잇따라 꿰어찬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돼, 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에 이어 2인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지난 5월초 북한 매체 보도에 의해 그가 오른 것으로 확인된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주요 군 간부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과 군에 대한 정치·사상 사업을 총괄하는 막강한 자리로, 군에서도 역시 김정은 최고사령관에 이어 2인자에 해당하는 셈이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1990년대부터 당에서 일해온 관료 출신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5년께부터 고위 간부로 신뢰를 받아왔으며, 2010년 김정은 제1비서가 처음 북한 매체에 등장한 이후 중장(2010년), 상장(2011년)으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말 장성택 당 행정부장 숙청 이후엔 더욱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2인자’의 파견은 여러 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군부 최고 책임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처음으로 방한을 했다는 것은 북한이 최근 민감하게 반응해 온 대북 전단 살포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대타협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은 대북 심리전 성격의 전단 살포가 남쪽 정부 지원 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전문가는 “북쪽 입장에서 보면, ‘남조선에 가서 분투한 체육선수단’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실질적인 2인자를 보냈다는 대내용 선전 수단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체육 담당’ 최룡해 최룡해(64) 비서는 총정치국장과 국방위 부위원장직을 각각 황병서 총정치국장에게 물려준 전임자로, 더 이상 군 직책을 맡지 않고 있음을 상징하듯 4일 양복 차림으로 인천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장성택 행정부장 숙청 이후 공석이었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임명된 것으로 지난달 확인됐으며, 이전부터 당 근로단체 담당 당중앙위원회 비서를 맡아 체육 분야를 주도해 왔다. 최 비서는 지난 7월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연습경기를 관람한 김정은 제1비서의 수행인사 가운데 황병서 총정치국장보다 먼저 호명되기도 했다.
김정은 체제 들어 체육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북한은 2011년 1월1일 신년사에서 “축구강국, 체육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이후 정부 차원의 체육선수 지원, 체육 관련 사회 시설 대거 확충 등 체육증진 활동을 도모해왔다. 일각에선 최룡해 비서가 최근 총정치국장과 국방위 부위원장을 내놓으면서 ‘좌천’됐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당 비서직을 유지하면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맡아 민간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스포츠 행사를 통해 국제사회에 등장한 것은, 스포츠의 의미를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대남 담당’ 김양건 김양건(72) 비서의 정식 직함은 조선노동당 대남담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으로,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부터 북한 외교 일선에서 일해온 베테랑 외교관으로, 2007년 5월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돼 같은 해 10월에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당시 그는 9월에 서울을 극비 방문해 정상회담 의제를 합의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방했고, 회담장에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단독 보좌했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기남 당 비서와 함께 조문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 8월 김양건 비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김정은 제1비서 명의로 된 추모의 뜻을 담은 꽃과 글을 남쪽에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개성공단에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나, 김양건 비서는 “남쪽에서 하는 소리가 반가운 소리가 없다”라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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