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해온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슈 토드 밀러(25)를 8일 전격 석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미국에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두 미국인은 이날 오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함께 평양을 떠나 이날 밤 워싱턴주 매코드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케네스 배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석방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국무부, 북한 정부에 감사를 표한 뒤 억류기간 자신과 가족을 지지하고 힘을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억류했던 또다른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지난달 21일 전격 석방했다. 이로써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3명이 모두 풀려나 귀국했다.
미국은 이번 석방 교섭을 위해 과거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주로 보내던 관례를 깨고 오바마 행정부 내 정보기관 총책임자인 클래퍼 국장을 대통령 특사로 북한에 파견했다. 클래퍼 국장의 방북은 미국 현직 관리로는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최고위급이다. 클래퍼 국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게 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클래퍼 국장의 특사로서의 임무가 억류자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 임무에 국한돼 있으며 북-미 관계나 북한 핵 문제와 같은 정무적 사안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북한의 이번 전격적인 조처는 북-미 대화 재개를 향한 물꼬를 트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2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이들을 석방함으로써 미·중이 유화적인 대북 정책에 합의하도록 유도하려는 포석이자, 이달 중순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통과를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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