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27일 김정은 제1비서의 4·26만화영화촬영소 방문을 수행한 김여정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라고 호명했다. 북한 매체들이 김여정의 직책을 밝힌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이라고만 소개해왔다. <로동신문>은 또 감색 치마에 카키색 ‘야전 솜옷’ 차림의 김여정 부부장이 김 제1비서 주위에서 수첩을 든 채 자유로운 자세로 활짝 웃고 있는 사진 두 장을 함께 게재했다.
김 부부장이 일하는 부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 제1비서의 촬영소 현지지도에 “당 비서 김기남 동지, 당 제1부부장 리재일 동지, 당 부부장들인 김여정 동지, 김의순 동지가 동행했다”고 전했다. 김기남 비서는 당 선전담당 비서이고, 리재일 제1부부장도 선전선동부 소속이다. 김의순 부부장은 소속 부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 김여정 부부장의 소속 부서도 당 선전선동부가 아니겠느냐는 추론이 나온다. 선전선동부는 최고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와 체제 선전, 주민에 대한 사상교육을 관장하는 부서로, 조직지도부에 이은 노동당의 핵심 부서로 꼽힌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부부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당 활동의 시작을 선전선동부에서 했다”며 “여러 정황상 선전선동부 소속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맡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여정이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했을 때 함께 이름이 호명된 인물들은 최룡해·김경옥·황병서 등 조직 관련 인물들이었다”며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부부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최고지도자와 직계 가족의 일상 생활을 주로 돌보는 당 서기실장(부부장급) 업무를 봐왔다는 주장도 일부에선 제기된다.
어떤 쪽이든 김 부부장이 김정은 체제의 핵심 실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의 경우 30살 때 당 국제부 부부장을 맡았고, 41살에야 당 내 위상이 높지 않은 경공업부 부장에 올랐다. 오빠인 김 제1비서의 이른 세습 때문이긴 하지만, 김 부부장은 27살에 당 핵심부서의 실세 자리를 꿰찬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조직지도부를 직접 관리하는 만큼, 동생인 여정은 선전선동부에서 김정은 영도체제 구축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핵심 부서를 맡은 것은 단지 혈통뿐 아니라 능력 면에서도 오빠의 신뢰를 받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손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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