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부성명’ 무게감 실어
한미군사훈련·비방 중지 요구
남 “북 군사긴장 조성 말아야”
대화중단 북한탓 돌려
전문가들 “관계 개선 요원”
“북 조건 걸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대화에 방점” 아쉬움도
한미군사훈련·비방 중지 요구
남 “북 군사긴장 조성 말아야”
대화중단 북한탓 돌려
전문가들 “관계 개선 요원”
“북 조건 걸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대화에 방점” 아쉬움도
북쪽이 최고 수준의 권위를 지닌 형식인 ‘공화국 정부 성명’으로 남북대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남쪽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남북은 서로 대화 중단의 원인으로 상대방을 지목하고 있어 당장 실질적인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북쪽은 15일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남북)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남조선 당국은 시대착오적인 반공화국 적대행위와 미국과 야합한 끊임없는 북침전쟁 연습 소동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켰다”며 책임을 남쪽에 돌렸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비방·중상의 중단 등 ‘신뢰와 화해’를 위한 조건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5·24 조치의 해제로 풀이되는 대목도 있었다. 전제조건을 달아 남쪽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날 성명은 남쪽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해온 기존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선 그 형식이 북쪽의 각종 공식 발표 가운데 가장 권위가 있는 ‘공화국 정부 성명’이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 뒤 북한이 ‘공화국 정부 성명’ 형식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7월 인천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선언에 이어 두번째다. 성명의 어조 또한 이달 초까지 “박근혜와 같은 악당은 없었다”는 등 실명 비난이 난무했던 것과 달리 비교적 점잖았다.
특히 성명 발표 뒤 북쪽은 한달여 전 “불법 입국”한 남쪽 국민 2명을 조건 없이 돌려보내겠다는 이례적인 통지문을 보내왔다. 간첩 활동 등의 혐의로 억류하고 있는 남쪽 국민 4명의 석방 및 송환을 촉구하는 남쪽의 통지문을 지난 12일 수령조차 거부했던 것과는 정반대 태도여서, 일각에선 적극적인 ‘대화 제스처’가 아니겠느냐는 기대감도 일었다.
하지만 정부는 북쪽 정부 성명의 요구를 “부당한 전제조건”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저녁 내놓은 통일부 대변인 성명은 △정부는 남북간 기존 합의를 모두 존중하며 △꾸준히 대화를 제안해왔으므로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지 말고 △당국간 대화와 민간 교류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화 단절의 책임이 있는 북쪽이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정부가 강경한 태도로 대화 중단의 책임을 북쪽에 돌리면서 당분간 남북 당국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성명은 조건을 걸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화에 방점이 있었던 것”이라며 “불법 입국을 부각시켜 쟁점화시킬 수 있었던 우리 국민 2명을 우선 풀어준 건, 나머지 4명도 풀어줄 수 있다는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방적으로 북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 보면 남북관계의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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