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한편 북한이 로켓(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나오는 움직임이어서 눈길을 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국장은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과 북-미 간 트랙2(민간 차원) 접촉을 위해 제3국으로 가려고 중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고, 박명국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한 북한 외무성 대표단은 러시아를 방문했다. 이에 따라 대북 제재를 앞두고 북한의 대응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여러 외교 소식통은 29일 “최 부국장이 28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에 입국했다”고 전했다. 최 부국장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리용호 외무성 부상(6자회담 수석대표) 등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핵 협상 관계자로 꼽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 부국장이 트랙2 참석을 위해 방중했다.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랙2 접촉에는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미국 정부 당국자는 참석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국장은 북한 최영림 전 내각총리의 외동딸로 오스트리아·몰타·중국 등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외무성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북·미 양자 협상과 6자 회담 등 주요 북핵 협상에서 통역을 전담해왔다.
북-미 트랙2 접촉은 앞서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외교 소식통은 “25일 접촉 때는 한성렬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한성렬은 현재 외무성 미국국 국장으로 추정된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 외교 소식통은 “지금 상황에서 트랙2가 열려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박명국 북한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외무성 대표단이 29일 평양을 출발해 러시아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북한 대표단의 방러 이유·일정과 대표단원의 구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북한 핵실험 이후 외무성 대표단의 러시아 방문은 처음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부정적인 태도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각) 새해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절대적으로 유일한 길은 6자 회담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5자 회담 제안에 대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나아가 대북 무역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다보스포럼 참석 직후인 26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극동지역 개발을 강화하며 북한과 무역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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