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혜선 문화체육관광부 과장, 설옥희 청주여자교도소 교위, 정호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정호균씨 등 모두 93명 수상
4년 전 한글날을 공휴일로 되찾는 데 크게 기여했던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그 공을 돌리는 공무원이 있다. 김혜선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다. “그가 (국어정책과 과장으로) 오고 나서야 한글날 공휴일, 공공언어 쉽게 쓰기, 한글박물관 개관, 언어문화 개선 범국민 운동…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굵직한 국어정책이 자리를 잡고 성과를 거뒀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한 일간지 기고를 통해, 김 과장을 “단연코 내가 만난 진정한 대한민국 공무원이었다”고 했다.
김 과장은 22일 ‘제2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수상자로 뽑혔지만 직접 상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9월 암 투병 끝에 42살로 세상을 떴다. 생전 김 과장은 ‘일벌레’로 통했다. 2014년 10월 병가 직전까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으로 영화 상영·배급 시장의 공정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협약 체결, 표준계약서 도입, 현장 제작진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노사정 이행 협약’ 체결 등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지방행정고시 출신으로 2004년 강원도 관광정책과에서 당시 문화관광부로 파견 나온 뒤 2005년 직원으로 발탁됐다. 김 과장을 떠나보낸 이들은 아직도 그를 그리워한다. “일할 때 안경 너머의 눈빛은 매의 눈이었고 이야기할 때 눈빛은 새색시 초승달처럼 방긋 미소지었던 분”이라 기억한다.
올해 대한민국 공무원상 수상자는 모두 93명이다. 정호균(46)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은 한쪽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도 1종 운전면허를 딸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이끌었다. 한쪽 눈 시력장애인에 대한 1종 운전면허 취득 제한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그는 여러 연구자료까지 분석해 안전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내 시정권고 16건과 정책권고 3건을 이끌어냈다. 그 역시 하반신마비 중증장애를 안고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여성 수용자 합창단 ‘하모니’를 창단해 20년 가까이 운영해온 설옥희(54) 청주여자교도소 교위, 사회지도층 체납자 특별관리제를 처음 도입해 체납징수 최고 실적(2013년 1879억원)을 낸 서울시 권해윤(60) 민생사법경찰단장, 2003년부터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장으로서 800명을 구조한 김창곤(47) 서울 강북경찰서 경위도 상을 받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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