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말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인민군 대장인 김락겸 전략군사령관과 홍영칠·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석했다. 연합뉴스
기존 호전적 태도에 견주면
다소 기류 달라진 측면
‘비핵화 아닌 핵군축 고려’ 해석도
한·미 당국은 부정적 평가
“실전능력 확보 못해”
다소 기류 달라진 측면
‘비핵화 아닌 핵군축 고려’ 해석도
한·미 당국은 부정적 평가
“실전능력 확보 못해”
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핵탄 표준화·규격화 실현” 주장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직후 북한 쪽 주장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북한은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안전하고 완벽하게 (핵실험을) 진행했다”고 공표했다. 지난해 5월에도 북한은 “우리의 핵 타격 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 지 오래”라고 했고, 지난 1월 4차 핵실험 직후에도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했다”고 밝혔다. 핵폭탄을 발사체에 실을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작게 만들어 ‘핵타격 능력’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김 제1비서가 “이것이 진짜 핵억제력”이라고 말한 이유다.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다종화’를 추구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달성하지는 못했으리라는 것이, 한·미 군 당국과 대다수 민간 전문가의 일치된 분석이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각)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억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도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기존 평가에는 변동이 없지만 소형화된 핵탄두와 KN-08의 실전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의 이번 발언엔 대내·대외 메시지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강위력한 핵전쟁억제력에 기초하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돌파구를 열어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마련되었다”는 김 제1비서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경제 병진노선의 맥락에서, 핵개발 완성을 바탕으로 군·민이 모두 경제건설에 매진하자는 메시지인 셈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5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주민들을 ‘70일 전투’에 동원하며 불만과 민심 이반을 차단하고 오히려 핵이 경제·인민생활을 위한 최적·최소 비용의 안보적 조처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무력이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핵전쟁 그 자체”, “핵전쟁의 참화를 막을…길” 등 김 제1비서의 언급도 눈에 띈다. 기존 일촉즉발의 호전적 태도에 견줘 다소 기류가 달라진 측면이 있다. 김 제1비서는 3일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 사격’ 현지지도 때에도 전쟁 방지를 위한 ‘힘의 균형’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핵선제타격과 핵전쟁 위기만 강조해오던 데서 핵전쟁을 ‘적’이라며 기존의 극단적으로 위협적인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앞으로 분위기를 봐야겠지만 (제재 이후 협상 국면을 고려한) 변곡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2013년 3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을 채택한 직후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정한 ‘핵보유법’ 9조에 “핵군축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김진철 박병수 기자 nowhere@hani.co.kr,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북핵 소형화 관련 한·미 군당국자 발언
북한의 핵기술 진보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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