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탄에 뚫리는 방탄복’ 감사원 감사에
국방부, 사실과 동떨어진 해명으로 대응
국방부, 사실과 동떨어진 해명으로 대응
국방부가 감사원의 ‘철갑탄에 뚫리는 방탄복 비리’ 감사 결과에 대해 사실을 호도하는 해명을 내놨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액체방탄복 도입 사업이 취소된 이유에 대해 3가지를 제시했다. 가격과 무게, 입었을 때 활동 제약 등이었다. 전날 감사 결과 발표 뒤 “(액체방탄복은) 높은 가격과 전투효율성 저하로 군 도입이 제한되었”다는 해명 자료를 낸 국방부 대변인실의 입장과 같은 맥락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선 액체방탄복의 가격 문제를 짚었다. 그는 “당시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제시한 (액체방탄복) 생산단가는 약 103만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에 조달이 되고 있었던 구형방탄복은 46만원이었다. 현재 조달하고 있는 신형방탄복(일반방탄복) 2015년 조달 단가는 80만원”이라고 덧붙였다. 감사원에서 23일 브리핑 당시 ‘액체방탄복(82만원)이 삼양컴텍의 일반방탄복(84만원)보다 저렴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국방부는 ‘다른 기준’으로 가격을 비교해, 사실과 동떨어진 해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제시한 액체방탄복 단가(103만원)는 방탄복에 들어가는 방탄판을 방탄복의 앞·뒷면에 모두 넣었을 때 책정됐던 가격이다. 반면, 감사원에서 내놓은 가격은 액체방탄복과 일반방탄복 모두 앞면에만 방탄판을 넣은 가격이다. 그러면서 조달 단가가 80만원이라고 밝힌 ‘신형’ 일반방탄복은 방탄판을 앞면에만 넣은 가격을 공개했다. 현재 일선 부대에 지급된 삼양컴텍의 일반방탄복은 모두 앞면에만 방탄판이 삽입돼 있다.
두번째로, 국방부 관계자는 액체방탄복의 “굉장히 무거운” 무게를 지적했다. 그는 “당시 액체방탄복이 무겁다 이렇게 나와 있는데, 몇 ㎏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모른다면서, “(액체방탄복과) 유사한 성능을 발휘하는 특전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테러방탄복”의 무게가 “10.5㎏ 정도”라고 말했다. 삼양컴텍의 로비로 도입된 일반방탄복은 “5.8㎏”이라고 밝혀, 교묘하게 액체방탄복과 일반방탄복의 무게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액체방탄복과 일반방탄복의 무게 차이는 0.1㎏에 불과하다. 국방부의 주장대로 일반방탄복의 무게가 5.8㎏라면, 액체방탄복은 5.9㎏ 나갔던 것이다.
세번째로, 국방부는 “(액체방탄복이) 엎드려쏴 자세나, 엎드려쏴나 사격을 할 때 견착사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전투 비효율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확인하지 못한 문제”라고 답했다. 액체방탄복의 경우 이와 같은 운용상의 문제를 확인하는 단계인 ‘시험평가’를 거치지 않아, 감사원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1년 10월24일 방위사업청에 액체방탄복의 군 적용 시험평가를 요구하지만, 방사청은 아무런 조치 없이 12월7일 종결 처리해 시험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국방부는 애초 철갑탄방어복 도입은 일반방탄복 도입 뒤 ‘2단계’로 추진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28억원을 들여 개발한 최첨단방탄복 사업이 삼양컴텍의 로비로 엎어지고 대신 철갑탄을 막을 수 없는 이 회사의 일반방탄복(10년 사업비 2700억여원)을 보급하게 됐다는 사실을 부인한 셈이다.
감사 보고서를 보면 국방부는 이미 2010년 12월24일 액체방탄복을 각 군에 조달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미국 법무부 산하 국립사법연구소(NIJ)의 철갑탄 방호 방탄성능 시험에 합격한 뒤였다. 육군본부는 2011년 1월14일 전투병력 32만여명에게 이 액체방탄복을 2012년부터 보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립했다.
김지은 기자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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