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2014년 11월 평양에 있는 중앙양묘장을 시찰하면서 오른 손으로 담배를 쥔 채 웃고 있다. 연합뉴스
흡연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해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담배를 끊은 것일까? 최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간접흡연의 폐해를 지적하고 세계의 금연운동까지 소개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노동신문>은 ‘법적 통제 밑에 강화되는 금연 활동’이라는 기사에서 “세계적으로 담배의 해독성과 금연의 필요성에 대하여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더욱 높아가고 있다”며, 흡연이 각종 질병의 원인일 뿐 아니라 어린이 등 주위 사람들한테 간접흡연의 악영향까지 끼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이 기사는 흡연이 “사회 발전을 엄중히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성년 판매 금지, 흡연경고 문구, 금연구역 지정, 담배세 인상 등 외국의 금연 대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에 앞서 <노동신문>은 4월24일치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기사에서도 “혁명을 하자면 몸도 건강하여야 합니다”라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교시를 소개하며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문화적이며 도덕적인 건전한 생활을 위해서도, 나아가서는 문명부강한 내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백해무익한 담배를 대담하게 끊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골초’에 가까울 정도의 애연가로 알려진 북한에서 최근 이런 보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 제1비서의 집권 초기 북한 매체들은 김 제1비서의 흡연 장면을 삭제하는 등 노출을 꺼렸다. 그러나 2013년 말부터 김 제1비서가 담배 피우는 모습은 <노동신문> 1면 등에 그대로 보도돼왔다. 2013년 12월 말에는 임신한 아내 리설주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9일 평양 지하철 시운전 행사에 참석한 김 제1비서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도된 이후로는 흡연 장면이 보이지 않고 있다. 2013년 1월 KN 계열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 때에도 담배를 피우고 있던 김 제1비서는,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 참관 때 흡연 장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금연 관련 기사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어, 김 제1비서가 담배를 끊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북한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금연 바람이 분 적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001년 담배를 끊은 뒤 “담배는 심장을 겨눈 총과 같다”며 2005년 담배통제법까지 만들었지만 2008년께 다시 담배를 피워 흐지부지된 바 있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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